두 번 실패는 없다, ‘부자 타격왕’ 이정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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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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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 기계’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이정후(23·키움 히어로즈)가 3년 전 실패를 교훈 삼아 데뷔 첫 타격왕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이정후는 지난달 30일 끝난 KBO리그 정규시즌을 타율 0.360으로 마쳐 전준우(롯데·0.348)를 따돌리고 타율 1위에 올랐다. 1994년 타격왕을 차지한 아버지 이종범(현 LG 트윈스 코치)에 이어 사상 첫 ‘부자(父子) 타격왕’이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리그 타격왕이 된 건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일본 프로야구(NPB)에서도 전례가 없다.

더 빨리 역사를 만들 수도 있었다. 이정후는 데뷔 2년 차인 2018시즌 타격 3위(0.355)에 이름을 올렸다. 시즌 막판까지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다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정후는 올해 타격왕을 확정한 뒤 “그때는 어려서인지 (순위를) 많이 의식했다. 그러다 조급해져서 기회를 놓쳤다”며 “금방 (재도전)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3년 뒤에야 다시 기회를 잡았다. 그래서 더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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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올해 타격왕은 강백호(KT 위즈)가 차지할 거로 보였다. 강백호는 전반기 타율이 0.395로 4할에 육박했다. 반면 이정후의 전반기 타율은 0.345였다. 격차가 컸다. 그러나 이정후는 후반기 타율 0.387를 기록하면서 후반기 0.294에 그친 강백호를 추월했다. 강병식 키움 타격코치는 “이정후의 장점인 꾸준함이 빛을 본 거 같다”고 말했다.

막판 스퍼트도 대단했다. 이정후는 시즌 마지막 10경기에서 안타 16개를 몰아쳤다. 특히 지난달 25일 대전 한화전에선 역대 29번째 사이클링 히트까지 달성해 타격왕을 향한 마지막 고비를 넘었다. 그는 “아버지의 꼬리표를 떼고 내 이름으로 야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며 “포스트시즌은 힘겹게 얻은 기회인 만큼 간절하게 임하되 즐기면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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