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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양제츠, 北대사 파격접견…외교언사도 러시아급 최상 대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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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이용남(왼쪽) 주중 북한대사가 중국 권력서열 25위권인 양제츠 정치국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판공실 주임을 만나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중국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지난 28일 이용남(왼쪽) 주중 북한대사가 중국 권력서열 25위권인 양제츠 정치국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판공실 주임을 만나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중국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정의용 장관이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정의용 장관이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양측(북·중)은 한반도 사무 등 공동 관심의 문제에 의견을 교환하고, 소통과 협작(協作, 협업의 뜻)을 계속 강화하는 데 동의했다.”

중국 외교 수장 양제츠 이용남 파격 접견 #다음날 왕이 부장 정의용 장관 만나 환담 #“中, 한국에 대만 문제 협조 요청 가능성”

지난 28일 양제츠(楊潔篪) 중국 정치국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판공실 주임이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중국 수뇌부 집단 거주지)에서 이용남 주중 북한 대사를 파격적으로 접견한 뒤 나온 관영 신화사 발표다.

양제츠 위원은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보다 직급이 높은 중국의 외교 수장이다. 중국에 주재하는 외국 대사를 일상적으로 상대하는 직급이 아니다. 이용남 대사 접견이 파격인 이유다. 중국 외교부는 외국 대사를 보통 부장조리(차관보)나 부부장(차관)급이 상대한다.
이용남 북한 대사는 올 2월 베이징에 부임 이후 특별 대우의 연속이다. 앞서 4월 14일에는 지난해 코로나19 발발 후 1년 넘게 미루던 29개국 신임 대사 신임장 제정이 이 대사 부임 두 달 만에 이뤄졌다. 5월 27일에는 국무위원급인 왕이 부장, 8월 30일에는 역시 국무위원인 자오커즈(趙克志)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이 이 대사를 접견했다. 28일에는 ‘당과 국가 영도인’으로 불리는 25명뿐인 정치국위원 양제츠까지 접견하는 환대를 받았다.

발표문에 등장한 용어 ‘협작’도 의미심장하다. 중국이 최상의 양자 관계라고 자랑하는 러시아를 상대로 부르는 중국식 외교 용어여서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6월 2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화상 회담을 열고 체결 20주년을 맞은 “중·러 신시대 전면 전략적 협작 동반자 관계” 연장에 합의한 바 있다.

물론 양제츠 위원이 대사급을 만난 게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31일 양 주임은 집무실에서 캄보디아·라오스·쿠웨이트 주중 대사를 각각 접견했다. 단 당시는 국제사회가 비판했던 홍콩 선거법 통과 직후였다. 주변국을 불러 지지를 당부하는 차원이었고, 발표문에도 ‘협작’이라는 얘기는 없었다.

이용남-양제츠 회동 다음 날인 29일(현지시간)에는 왕이 외교부장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정의용 외교장관을 만나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회담 직후 관영 신화사는 왕이 부장이 “중국은 적시에 북한과 미국이 대화를 재개할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왕 부장은 “근래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다”며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노력과 건의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추진하는 종전선언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지지를 암시했다.

한편 홍콩 명보는 31일 “한국 연합뉴스 ‘왕이, 한국 외교장관 만나 대만 문제 언급’”이란 소제목 아래 “한국 연합뉴스는 왕이와 정의용 한국 외교부장이 29일 장외 회담에서 국제 정세를 토론할 때 대만 의제 등 미국과 입장이 상충하는 문제를 언급하면서 한국에 협조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며 “하지만 신화사 보도에는 관련 내용이 없었다”라고 전했다. 왕 부장이 한국의 종전선언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이유에 의문을 제기한 보도다.

베이징의 북·중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종전선언을 임기 내 승부수로 띄운 문재인 정부가 ‘중국 역할론’과 ‘교황 메신저’ 두 장의 카드를 준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중 관계에 밝은 소식통은 “지난 9월 15일 문 대통령과 왕이 부장의 청와대 회견 직후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하루에도 역사적인 일을 이룰 수 있다’는 왕 부장의 발언이 흘러나왔다”면서 “당시 언급된 ‘역사적인 일’의 실체가 아직 드러나기 전이지만 남·북·미·중 외교 수뇌부가 각국 이해 관계에 따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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