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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최상연의 시시각각

49% 사랑 없이 51% 못 얻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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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최상연
최상연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28일 국회에서 당 대선 주자들에게 통합의 리더십과 원팀 경선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형두, 박형수, 김승수, 최승재 의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경선 막바지에 혼탁 양상 등 우려스러운 징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우려했다.     임현동 기자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28일 국회에서 당 대선 주자들에게 통합의 리더십과 원팀 경선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형두, 박형수, 김승수, 최승재 의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경선 막바지에 혼탁 양상 등 우려스러운 징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우려했다. 임현동 기자

여론조사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이 많다. ‘화천대유’ 불길로 온 나라가 불바다인데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올라가고 있다니 뭐 좀 그렇다는 것이다. 같은 날 조사한 후보 지지율이 조사 업체마다 들쭉날쭉하고, 같은 업체 조사도 며칠 만에 수치나 순위가 급변했던 기억들이 있다. 아예 스티커 조사판을 들고 집 근처 공원으로 향한 사람까지 나왔다. 후보 캠프에선 ‘여론조사 회사를 하나 차려보자’는 아이디어도 등장했다. 그래도 여러 업체의 조사 결과가 비슷하고 반복되면 추세라고 봐야 한다. 정권 재창출을 압도하는 정권 교체 조사 결과엔 고개를 끄덕이지 않나.
 ‘이재명 후보가 당선돼도 정권 교체’란 말이 여당에서 나오는 것도 그렇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죽을 쑤는 야당을 보면 딱히 못 믿을 것도 없는 수치다. ‘왕(王)자 무속’ ‘개 사과’에 막말 릴레이로 이어 달린 야당 경선이다. 막판까지 똑같다. 질문과 답변은 따로 놀고, '도긴개긴' 소리까지 나온 엊그제는 ‘숫제 개콘’이란 댓글을 양산했다. ‘정권 교체 원한다’는 사람의 3분의 1이 ‘지지 후보 없다’고 답한다. 그러니 이름을 빼고 물으면 ‘야당 후보 당선’이 대세지만 이름을 넣으면 갑자기 팽팽해진다. 여당은 그걸 ‘이재명 후보의 인물 경쟁력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말이다.

정권 교체 여론이 압도적이지만

비호감도 높아지면 투표장 안 가

야당 찍고 싶은 이유 만들어줘야

 지난 1년간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 의견은 크게 변한 게 없다. 먹고살기도, 일자리 잡기도 고된데 나만 그런 것도 아니어서 어딜 봐도 빚투성이고 성한 데가 드물다. 오직 부자들만 훨씬 더 큰 부자가 됐다. ‘문 정부 경제정책은 100점 만점에 0점’이란 응답자가 30%에 달하는 조사까지 나왔다. 자칭 ‘위기 극복 정부’라는데 위기의 몸통을 정부로 본다는 뜻이다. 선거 전쟁에 나선 야당에 긴장감도, 치열함도, 쇄신도 없는 건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후보만 되면 정권 교체를 바라는 유권자가 총결집할 거라고 보는 것이다.
 ‘51%면 독식’이란 장사꾼식 계산인데, 착각이다. 지금 같은 경선이 끝나면 컨벤션 효과는커녕 자중지란에 더 가깝다. 윤석열ㆍ홍준표 두 후보의 지지층에겐 1순위 비호감이 상대 후보다. 이명박ㆍ박근혜 대결을 거론하는데 그때와는 비호감 수준이 영 다르다.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을수록 무당층ㆍ중도층ㆍ청년층의 선거 관심도는 낮아진다. 투표장에 안 간다. 그게 여당 후보가 앞서는 결과까지 나오는, ‘못 믿겠다’지만 못 믿을 것도 없는 지금의 여론조사 수치다. 51%를 얻으면 선거에서 이긴다. 하지만 51%를 얻자면 51%를 향해서만은 안된다. 49%를 사랑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자기 편만 보고 ‘아스팔트 보수’로 달리다 참패했다. 그전 대선에선 당 후보의 막말 논란 속에 무너졌다. ‘기득권 세력’ ‘영남 꼰대당’으로 찍혀 전국 선거에서 내리 무너졌다. 하지만 얼마 전 서울ㆍ부산시장 선거에선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로 이겼다. 물론 정권에 회초리를 들자는 여론이 높았다. 거기에다 합리적 중도 노선과 변화를 앞세워 2030의 표심에 다가섰다. 그런데 반년 만에 원위치다. 다시 기득권, '웰빙 보수'고 그냥 '우리끼리'다. 무슨 짓을 해도 정권은 바뀐다는 투다.
 몸집을 불린 뒤 상대편의 실패를 기다린다는 작전은 나름 의미가 있다. 선거판의 보도다. 지금 정권도 그렇게 탄생했다. 하지만 그것뿐이면 힘을 실어줘야 할 이유를 만들 수 없다.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게 맞다’는 개탄이 후보 입에서 나온 당이다. 맞다. 바꿔야 한다. 정권에 대한 분노가 51%지만 반대하는 49%도 믿고 따를 혁신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면 된다. ‘벌써 배불렀다’는 소리나 듣는 건 ‘야당 복마저 없다’는 한숨만 키운다. ‘4류 정치’ 얘기가 나온 지 4반세기가 지났다. 바뀔 때도 되지 않았나.

     최상연 논설위원

최상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