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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항해사 추행·물 튀겼다며 폭행…바다 위 인권침해 57명 잡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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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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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화물선 선장 A씨(66)는 선실에 있는 여성 항해사 B씨에 다가섰다. 선실에 다른 선원이 없다는 걸 알게 된 A씨는 B씨가 원치 않는데도 뒤에서 끌어안았다. 당시 배는 항해 중이었다.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배가 육지가 정박해있을 때도 B씨의 상의 단추를 풀고 목을 강하게 끌어안는 등 추행을 이어갔다. 참다못한 B씨는 해바라기센터로 가 이 사실을 털어놓았다. 수사에 착수한 해양경찰은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 8월 전북 군산시 한 어선 선장 C씨(44)는 느닷없이 외국인 선원의 얼굴을 때렸다. 어선 갑판 청소 중 자신에게 물이 튀었다는 이유였다. 선내에 있던 흉기를 들고 선원을 위협하기도 했다. 선원은 이 사실을 신고했고 해경은 C씨를 특수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해양경찰청은 지난 7월부터 2개월간 선박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범죄와 인권침해 행위를 특별단속한 결과 48건을 적발하고 57명을 검거했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해경은 지난 7월 해바라기센터 등과 협조해 전국 선박 내 여성 승무원과 외국인 선원 등을 상대로 조사에 나섰다. 최근 군에서 선임이 후임을 성추행하는 사건 등이 발생하자 1년에 두 번 실시하는 인권침해 사례 특별단속을 강화한 것이다. 해경 관계자는 “단속기간 항과 포구에 인권 침해 관련 신고를 받는다는 알림판을 설치하고 선사와 선박을 찾아다니면서 설문지를 돌렸다”며 “해바라기센터로 접수된 사례도 조사했다”고 말했다.

단속결과 선원에 대한 폭행이나 상해 적발이 49명으로 전체의 85%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제추행 6명, 공중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1명, 업무상 위계·위력에 의한 추행 1명이 그 뒤를 이었다. 화물선과 여객선에서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여성 승무원들이 신원 노출을 우려해 신고를 꺼리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실제 피해 사례는 더 많을 수 있다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재취업 불이익 등 2차 피해를 우려해 적극적으로 신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해경은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 한국해기사협회 등과 연계해 선박 내 성폭력 범죄 관련 신고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해경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여성 승무원과 선원의 인권침해 범죄를 계속 단속할 계획”이라며 “인권단체와도 협업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전망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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