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줄다리기 작전, 실제로 통할까? 달인한테 물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10.09 17:00

줄다리기 대결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명장면 중 하나다. 극 중 오일남 할아버지와 상우의 기상천외한 작전에 힘입어 체급과 성별의 열세를 딛고 승리를 거둔다.

'오징어게임' 속 줄다리기 장면. 경기 초반에 뒤로 누워서 버틴다. 인터넷 캡처

'오징어게임' 속 줄다리기 장면. 경기 초반에 뒤로 누워서 버틴다. 인터넷 캡처

오일남 할아버지는 “줄다리기는 작전이 중요하다”며 ▶좌우로 번갈아가며 줄 양쪽에 나란히 포진하고 ▶시작과 함께 뒤로 힘차게 젖혀서 버티고 ▶상대 호흡이 무너지는 순간 맹렬히 공격하라는 ‘줄다리기 비책’을 제시한다.

서울대 출신 수재 상우는 패배로 몰리는 위기의 순간 “모두 앞으로 세 발 전진해 상대 균형을 무너뜨리자”는 승부수를 던진다. 그리고 극 중에서는 이 작전이 그대로 적중한다. ‘오징어게임’속 작전은 실제 줄다리기 대회에도 통할까.

알고 보면 국제줄다리기협회(TWIF·Tug of War International Federation)라는 국제경기단체가 있다. 2002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도 가입했다. 우리나라에도 대한체육회 인정단체인 ‘대한민국 줄다리기협회’가 있다. 허광평 사무처장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실제 줄다리기 대회 장면이다. 실외 대회는 잔디밭에서 열린다. 8명이 한 팀을 이룬다. 극의 내용과 달리 좌우 번갈아 서지 않는다. 일렬로 선다. 인터넷 캡처.

실제 줄다리기 대회 장면이다. 실외 대회는 잔디밭에서 열린다. 8명이 한 팀을 이룬다. 극의 내용과 달리 좌우 번갈아 서지 않는다. 일렬로 선다. 인터넷 캡처.

‘오징어게임’ 줄다리기 전략… 진실은?

-진짜 줄다리기 대회가 있나
“정식 대회가 있다. 8인제다. 일반 줄다리기와 구분하기 위해 스포츠 줄다리기라고 부른다.”

-‘오징어게임’을 봤나.
“두 번이나 봤다.”

-‘오징어게임’ 속 줄다리기 전략은 말이 되는 내용인가.
“오일남 할아버지가 말한 것 중에서 몇몇 부분은 너무 정확해서 ‘우리가 만든 자료를 보고 시나리오를 썼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좌우로 번갈아 서라” (X) 

-차례차례 짚어보자. 오일남 할아버지는 줄 좌우로 번갈아 서야 최대한 힘을 쓸 수 있다고 했다. 맞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국제대회 가면 대부분 오른쪽 겨드랑이에 줄을 끼고 일렬로 서서 경기를 한다. 그게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아주 가끔 왼쪽에 서는 사람이 있다. 왼손잡이일 경우 그렇게 서는 게 더 줄을 힘껏 당길 수 있다.”

그는 학교 운동회나 마을 체육 대회 등 비공식적인 대회에서는 좌우로 서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비공식 대회에서 그런 경우가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 충분히 긴 줄을 구할 수 없어서 그럴 것이다. 대부분 30m 정도 길이의 줄을 사용한다. 비공식 대회에서는 20~30명이나 그 이상이 한 팀을 이루기도 한다. 좌우로 번갈아 서야 더 촘촘하게 여러 명이 경기에 참여할 수 있다.”

부산에서 열린 다문화가족 운동회 때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 좌우로 번갈아 촘촘하게 모여 줄을 당긴다. 송봉근 기자

부산에서 열린 다문화가족 운동회 때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 좌우로 번갈아 촘촘하게 모여 줄을 당긴다. 송봉근 기자

"뒤로 누워 버텨라” (O)

-시작하자마자 뒷사람이 보일 정도로 힘껏 누워서 버티라는 전략은 실전에서도 통하는 작전인가.
“맞는 말이다. 그 전에 할 말이 있다. 실제 대회는 체급 경기로 이뤄진다. 줄다리기는 무게 중심을 무너뜨리는 경기이기도 하다. 끌려온다는 건 이미 무게 중심이 무너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몸을 뒤로 젖히는 것은 내 힘에 더해 중력까지 우리 팀의 힘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몸을 젖히지 않는 것보다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다. 젖히는 것에도 방법이 있다. 뒤로 130도가량 젖혀야 하고 허리와 다리의 위치를 잘 잡아야 힘을 극대화할 수 있다.”

"호흡 무너지는 순간을 노려라" (△) 

-상대 호흡이 무너지는 순간을 노리라는 건 어떠한가.
“실제 줄다리기에 참여하면서 상대 호흡을 느끼는 건 어려운 일이다. 줄의 힘을 통해 그걸 알 수 있다는 말도 있지만 그게 가능한 고수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실제 경기에는 감독이 있다. 감독만이 전체를 보면서 호흡을 읽을 수 있다.”

-실제 줄다리기 대회 때 감독의 역할이 중요한가. 전략이란 게 정말로 있나.
“엄청나게 중요하다. 줄다리기는 1920년까지 올림픽 초기에 정식 종목이기도 했다. 체급이 있는 유일한 단체 종목이기도 하다. 아마추어 줄다리기 대회 때는 감독이 선수보다 더 크게 소리치며 작전을 지시한다. 그러나 국제대회에 가면 감독은 상대를 주시하면서 손짓으로만 자기 팀에 슬쩍슬쩍 신호를 보낸다. 소리를 치는 것 자체가 우리 팀의 전략을 노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세 걸음 전진하라" (X) 

-앞으로 나가 상대를 넘어뜨리는 작전도 실전에서 가능한가.
“아마추어들이 하는 대회에서는 그런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정규 대회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한마디로 필패의 작전이다. 그런 작전을 쓰려면 아마 엄청난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또 상대팀이 아마추어라면 모를까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팀이라면 그런 작전이 통하지도 않을 것이다. 또 엉덩방아를 찧은 상대를 끌고 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군부대에서 50여 명이 참여하는 줄다리기 경기에서는 초반에 끌어온 뒤 아예 엉덩이를 깔고 주저앉아버리는 작전을 세우는 팀도 있다.”

-실제 줄다리기 대회는 어떻게 치러지나.
“가장 큰 대회는 줄다리기 협회장기다. 다음달에는 전국생활체육대축전에서 줄다리기가 열린다. 코로나19로 안 열릴 수도 있다. 남자부는 640㎏, 여자부는 580㎏, 혼성부(남녀 각각 4명으로 한 팀 구성)는 600㎏이다.”

-승부가 나는데 얼마나 걸리나.
“경기 시간은 무제한이다. 4m를 끌고 오면 이긴다. 빠르면 20초에서 30초에 승부가 결정된다. 무제한이지만 워낙 힘을 많이 쓰는 전신운동이라 아주 잘하는 팀이 팽팽하게 맞설 경우에도 1~2분 정도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이례적으로 9분가량 이어지는 치열한 경기도 있었다.

-우리나라에 몇 팀이 있나.
“등록 클럽은 140개 정도다. 실제 활동하는 팀은 40~50개다. 코로나로 인해 지난해와 올해 경기가 열리지 못했다. 모여서 훈련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줄다리기 실전에서 무게중심을 뒤로 두고 버티는 모습. 인터넷 캡처

줄다리기 실전에서 무게중심을 뒤로 두고 버티는 모습. 인터넷 캡처

"줄다리기 왜 하냐고? 재밌어서 한다" 

-줄다리기를 진지하게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게 놀랍다. 대회 비용 등은 누가 대는가.
“정부 지원도 거의 없다. 이사들이 돈을 내서 단체를 운영한다.”

-왜 줄다리기에 돈까지 쓰는 것인가.
“재밌지 않나. 나도 직장이 있고, 봉사활동으로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오징어게임' 속 오일남 할아버지의 대사 "뭘 해야 좀 재미가 있을까"라는 대사가 겹쳐서 들리는 듯했다.

-세계적인 줄다리기 강국은 어디인가.
“국제대회에는 체급이 남녀 14개나 있다. 경량급에서는 대만과 중국이 강하다. 중량급에서는 영국과 네덜란드가 강하다. 줄다리기가 처음 이곳에서 조직화됐다. 올림픽 종목에 다시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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