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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자살충동 조장 알고도 방치"…페북 내부고발자의 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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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페이스북이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유해하다는 걸 알고도 회사 측이 고의로 방치했다고 공개한 내부 폭로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인공은 프랜시스 호건(37), 페이스북의 전 프로덕트 매니저다.

3일(현지시간) CBS 시사 프로그램 '60분'를 통해 공개된 페이스북 내부 폭로자 프랜시스 호건(37). [A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CBS 시사 프로그램 '60분'를 통해 공개된 페이스북 내부 폭로자 프랜시스 호건(37). [A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동안 진행됐던 호건과의 인터뷰를 공개하고, 그가 폭로를 결심하게 된 배경과 준비 과정 등을 추가로 보도했다. 이와 관련 CBS 시사 프로그램 '60분(60 Minutes)'도 이날 호건의 인터뷰를 방영했다.

인터뷰를 종합하면 호건은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소셜미디어(SNS)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 즉각적인 변화를 돕기 위해 페이스북의 민낯을 폭로했다.

아이오와 출신인 그는 과거 핀터레스트와 옐프, 구글 등에서 콘텐트 자동 추천 알고리즘을 설계한 IT 전문가다. 2019년 옮긴 페이스북에서는 정반대의 업무를 했다. 전 세계 선거 관련 정치 게시물이 플랫폼에서 어떻게 가짜뉴스를 만들고, 정치적으로 악용되는지를 조사하는 역할이었다.

“돈 좇느라 위험 콘텐트 눈 감아” 

그는 오랜 지인이 SNS 가짜뉴스에 속아 극우 세력으로 변한 것에 충격을 받고 페이스북 시민청렴팀에 지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포부는 입사 직후 실망감으로 변했다. 플랫폼의 악영향을 연구하는 부서에 대한 인력 및 자원 지원은 열악했고, 회사는 해결책을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수익 사업에 그 내용을 이용할지만 궁리했다. 호건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은 공익과 사익 사이에서 늘 충돌했고, 그때마다 돈을 좇는 길만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이 10대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방치했다는 비판에 놓였다. [AP=연합뉴스]

페이스북은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이 10대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방치했다는 비판에 놓였다. [AP=연합뉴스]

그러다 보니 페이스북에 공익을 저해하고, 사회 불안과 불화를 조장하는 게시물이 올라와도 눈감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호건은 이런 내용을 WSJ에 제보했고, 이는 지난달 13일 ‘페이스북 파일’ 시리즈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페이스북 경영진은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의 유해성을 파악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는 지난 3년간 진행한 인스타그램에 대한 심층 분석을 통해 10대 소녀들의 불안과 우울증 및 자살 충동 조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런 사실은 고위 경영진을 비롯해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에까지 보고가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측은 오히려 13세 이하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인스타그램 개발을 진행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 경영자. [AFP=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 경영자. [AFP=연합뉴스]

“인신매매 악용도 지켜만 봐…가짜뉴스 삭제 주장은 거짓” 

또 유명인 사용자를 ‘화이트 리스트’로 지정하고 게시물 규제 예외 대상으로 관리했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사회 불안과 선정성 논란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 개발도상국의 마약 카르텔과 인신매매 집단이 페이스북을 악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도 방치했다. 2020년 미국 대선 이후에는 가짜뉴스 확산을 막기 위한 정책마저 폐지했다고 전했다.

호건은 이날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은) 알고리즘을 더 안전한 방식으로 바꾸면 사람들이 사이트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고, 광고 클릭 기회를 줄여 수익이 악화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호건의 팀을 해체했고, 오히려 가짜뉴스를 방치해 성과를 낸 팀이 인정받았다고 한다.

그는 “페이스북은 증오, 폭력 및 가짜뉴스를 관리하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모두 거짓말이었다”며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전 세계적으로 인종 폭력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옳지 않은 것 알고도 일한 동료들에 연민” 

지난달 30일 미국 상원 상무위원회가 개최한 페이스북 청문회에서 에이미 클로버샤 민주당 의원(왼쪽)과 마샤 블랙번 공화당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30일 미국 상원 상무위원회가 개최한 페이스북 청문회에서 에이미 클로버샤 민주당 의원(왼쪽)과 마샤 블랙번 공화당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호건은 자신이 회사 내부 문건을 폭로하기 전 동료들이 겪게 될 배신감을 우려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동료, 가족, 국가를 희생하면서까지 만행을 저지르는 동료들을 빨리 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4월 사직서를 낸 뒤 업무 전달을 핑계로 한 달간 머무르며 관련 내용을 수집했다. 강화된 보안으로 정보 접근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직원이라면 누구나 정보를 볼 수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호건은 일부 직원들이 페이스북의 무책임에 목소리를 냈지만, 묵살당한 것으로 보이는 증거도 발견했다며 “옳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동참해야 했던 동료를 볼 때마다 연민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페이스북의 연구와 운영 사안을 외부인에게 공개하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폭로는 미 사회와 정치권에 거센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페이스북은 거센 비판에 지난달 28일 13세 미만 어린이용 인스타그램 개발을 중단했다. WSJ의 보도에 대해서는 “우리는 잘못된 정보와 유해한 콘텐트 확산을 해결하기 위해 계속해서 상당한 개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상원에선 페이스북의 책임을 묻는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호건 측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페이스북이 투자자에 거짓 정보를 제공했다는 혐의 등에 대한 고발장도 제출했다. 호건은 오는 5일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도 할 예정이다.

호건은 이날 인터뷰에서 “만약 내가 한 일 때문에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더 싫어한다면 나는 실패한 것”이라며 “나는 진실과 화해를 믿는다. 우리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문건 공개는 첫단계일 뿐”이라며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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