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첫 여성 하원의장 확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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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처음으로 여성 하원의장이 탄생할 전망이다. 7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이변이 없는 한 낸시 펠로시(66.사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내년 1월 제110차 하원의장으로 취임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하원(435석)의 과반수를 차지할 전망이다.

10선의 펠로시는 민주당을 이끈 지난 4년 동안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적잖이 괴롭혔다. 이라크전과 관련해선 부시 대통령을 "무능한 지도자"라며 매섭게 공격했다. '2006년 국방수권법'에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기도 했다. 그런 그를 공화당은 '미치광이 진보의 화신'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아르마니를 입은 좌파'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세련된 옷차림에 늘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성격이 보통 강한 게 아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펠로시는 당론을 따르지 않는 이들에게 놀랄 만큼 강도 높은 징계를 한다"며 "그런 리더십이 당을 단합시켰다"고 보도했다.

펠로시는 낙태를 옹호하고, 중국의 인권 탄압을 비난하는 진보주의자다. 그러나 꽉 막힌 투사형은 아니라는 평을 듣는다. 이라크전에 반대했지만 개전 이후 전쟁 비용 지출에 찬성했고, 부시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당내의 주장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그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하원을 이끌게 되면 '첫 100시간'동안 해야 할 어젠다를 제시했다. ▶이라크 미군 철수 시한 확정▶최저임금 인상▶정부 지원을 통한 줄기세포 연구▶석유기업 감세 철폐 등이 그것이다. 앞으로 이 같은 약속을 실행에 옮기려 할 경우 부시 행정부.공화당과의 충돌이 예상된다.

펠로시는 '골수 민주당' 집안 출신이다. 아버지도 민주당 하원의원(볼티모어)을 지냈다. 펠로시는 1963년 샌프란시스코의 부동산 갑부 폴 펠로시와 결혼했고, 이 지역의 터줏대감이던 필립 버튼 전 민주당 하원의원 집안의 후원을 받아 87년 하원에 입성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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