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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패럴림픽] 3년 전 떠난 남편 그리며 활시위 당기는 조장문

중앙일보

입력

도쿄패럴림픽에 출전한 양궁 대표 조장문(오른쪽)과 3년 전 별세한 남편 김진환씨. [사진 조장문]

도쿄패럴림픽에 출전한 양궁 대표 조장문(오른쪽)과 3년 전 별세한 남편 김진환씨. [사진 조장문]

도쿄엔 함께 오지 못했지만 하늘에서 응원할 남편을 위해 활시위를 당긴다. 장애인 양궁 국가대표 조장문(55·광주광역시청)이 굳은 각오를 다졌다.

조장문은 3세 때 소아마비를 앓았다. 많이 걷지 못해 다리에 힘이 떨어지는 바람에 그는 수영을 시작했다. 나이가 들면서 호흡이 가빠 힘들어 하던 그는 패럴림픽 종목 들 중에서 양궁을 선택했다. 재활 체육으로 시작했지만 뛰어난 집중력 덕분에 목표로 했던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조장문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남편과 세 자녀였다. 특히 남편 김진환씨는 불편한 오른발 역할을 해줬다. 하지만 2017년 허리 통증을 느낀 남편은 간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이었다. 그해 12월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3개월 뒤 김씨는 가족들을 떠났다.

장애인 양궁 국가대표 조장문.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장애인 양궁 국가대표 조장문.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남편은 떠났지만 조장문은 함께 가기로 했던 도쿄 패럴림픽을 목표로 활 시위를 당겼다. 그리고 2019년 세계선수권 동메달을 목에 걸어 도쿄행 티켓을 따냈다. 코로나로 대회가 1년 미뤄지면서 걱정도 했지만 묵묵히 땀방울을 흘렸다.

패럴림픽을 앞두고 훈련을 하던 조장문은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눈물을 흘렸다. 남편이 병원에서 쓰던 다이어리에서 자신에게 쓴 편지를 뒤늦게 발견했기 때문이다.

"여보, 고맙고 미안하다. 못난 남편을 살리려고 했는데 평생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 도쿄패럴림픽도 함께 할 수 없구나. 정말 미안하다. 못난 나를 만나서 아들과 딸 잘 키우고, 열심히 살아줘서 고맙다. 여보, 너무 슬퍼하지 마. 장성한 두 아들이 있고, 예쁜 딸도 있잖아. 여보, 패럴림픽에는 꼭 가. 내가 위에서 응원할게. 사랑한다. 문이야. 못난 남편이."

남편이 떠난 빈자리가 컸지만, 어머니와 두 아들, 그리고 딸을 보며 힘을 냈다. 조장문은 "93세인 친정 어머니가 집안일을 대신 해주신다. 어머니가 '나 죽기 전에 보람을 느끼게 해달라'고 하셨다. 아이들도 항상 전화로 응원해줬다"고 했다.

조장문은 2일 열리는 여자 개인전 리커브 오픈에 출전한다. 5년 전 리우에선 9위에 머물렀지만 이번엔 꼭 메달을 따내겠다는 각오다. 결전을 앞둔 조장문도 남편에게 답장을 했다.

조장문이 함께 도쿄에 오지 못한 남편에게 쓴 편지

조장문이 함께 도쿄에 오지 못한 남편에게 쓴 편지

"항상 함께 했던 당신의 힘으로 도쿄패럴림픽에 왔어요. 빈 자리가 너무 크고, 힘들 때마다 산소를 찾아 (당신을)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어서 눈물만 나오네요. 끝까지 함께 하며 내 오른발이 돼주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가버리고, 하늘이 야속하기만 하네요.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세요. 아이들과 씩씩하게 살아갈게요. 항상 하늘에서 응원해주세요. 우리 남편 너무 보고 싶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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