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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가 왜 맞아야 했나요" 예진씨 마지막, 28만명이 울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서울 마포구의 오피스텔에서 남자친구 B씨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숨진 황예진(25)씨(왼쪽)와 폭행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화면. [SBS 방송 캡처]

지난달 서울 마포구의 오피스텔에서 남자친구 B씨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숨진 황예진(25)씨(왼쪽)와 폭행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화면. [SBS 방송 캡처]

“누굴 싫어하지도, 누가 미워할 수도 없는 친구였다.”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해 숨진 피해자 황예진(25)씨의 오랜 지인인 A씨의 얘기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일을 당할 친구가 절대 아니다”라고 말하는 A씨의 목소리는 떨렸다.

약 6년간 황씨를 가까이서 지켜본 A씨는 “대학 홍보대사를 했을 정도로 활기차고 사람을 좋아했다. 사람을 편하게 해주고 어떤 사람에게도 칭찬부터 했을 정도로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봉사에도 관심이 많아 어르신들을 목욕과 식사를 돕는 봉사동아리도 꾸준히 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같은 취업준비생 신분일 때도, 내가 취업에 떨어졌다고 말하면 빠듯한 생활비에서 격려의 선물도 보내주고 먼저 위로를 건넸다”며 “예진이를 알고 있는 지인들 모두 황망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선 황씨의 지인들이 사건 공론화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공론화 위해 SNS 계정을 운영 중인 B씨는 “오랜 시간 곁에서 지켜봐 온 친구는 열정적으로 미래를 고민하고 앞으로 이룰 게 많은 유능한 친구였다”며 “마지막 인사와 위로도 하지 못한 채 보내게 됐다”고 글을 적었다. 지난 25일 가해자의 엄벌을 요구하며 황씨의 어머니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은 27일 오후 9시 30분 기준 28만 7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남자친구의 폭행으로 사망한 피해자의 어머니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남긴 청원. 3일 만에 약 29만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남자친구의 폭행으로 사망한 피해자의 어머니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남긴 청원. 3일 만에 약 29만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첫 월급으로 할머니 선물 고르던 날 비극”

 황씨가 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지난 9일에는 황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적힌 글이 한 블로그에 올라오기도 했다. 작성자는 “약 30년간 황씨 부모와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다”며 “어려서부터 예쁘게 성장 과정을 보여주던 예진이가 어렵다던 취업을 하고 정직원이 됐다고 기뻐했다. 첫 월급을 타면 외할머니 선물을 사러 가자고 약속했지만, 첫 월급을 타고 선물을 사러 가기로 한 날 새벽에 일어나지도 못하게 됐다”고 적었다.

한편 경찰은 황씨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고, 영장 신청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피의자에게 상해 혐의를 적용해 지난달 2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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