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엔까지 간 언론중재법…“자유인권규약 위반” 진정서 발송

중앙일보

입력

전환기정의워킹그룹과 류제화 변호사는 24일 유엔 특별보고관에게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한 긴급 탄원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발송했다. 사진은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에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뉴스1]

전환기정의워킹그룹과 류제화 변호사는 24일 유엔 특별보고관에게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한 긴급 탄원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발송했다. 사진은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에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뉴스1]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하루 앞둔 24일 국제 인권 규범 위반을 우려하는 진정서가 유엔에 전달됐다.
비영리 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과 류제화 여민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날 유엔 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 등에게 "한국 정부에 언론 중재법과 관련한 합당한 우려에 대한 의견을 전달해달라"고 요청하는 취지의 진정서를 발송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내용이 세계인권선언 및 자유인권규약에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TJWG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공포·시행될 경우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른바 ‘가짜뉴스’ 근절을 앞세워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24일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해당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고, 민주당 지도부는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도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TJWG 등은 이와 관련해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인권옹호가 특별보고관, 법관 및 변호사 특별보고관 등 5명의 유엔 보고관에게 진정서를 발송했다. 진정서에는 ▲5배 징벌적 배상 ▲유죄추정의 원칙(입증 책임의 전가) ▲배상액 산정 관련 언론사의 사회적 영향력 및 매출액 고려 ▲정정보도의 시간·분량 의무화 ▲정정보도 청구만으로도 이를 기사에 표시하도록 강제 등의 내용이 독소조항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특히 언론사에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조항은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와 보도를 위축시키는 위헌적 조항이라는 지적이다. 또 언론사의 고의·중과실로 추정되는 4개 요건에 대한 소송이 발생할 경우, 고의가 아니라는 점을 언론이 입증하도록 한 것은 사실상 '유죄 추정의 원칙'을 명문화하는 조항에 해당할 수 있다. 피해를 주장하는 당사자가 해당 사실을 입증하게 하는 민법의 대원칙을 뒤흔드는 조항인 셈이다.
또 배상액 산정의 기준으로 삼은 언론사의 '사회적 영향력'이나 보도의 고의성을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해서도 규정이 지나치게 모호해 사실상 자의적 처벌과 같은 효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진정서를 접수한 유엔 특별보고관들은 이같은 지적이 합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긴급 탄원(urgent appeal)’을 발송할 수 있다. 최근 유엔 특별보고관들은 대북전단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 변희수 하사 강제 전역, 탈북 선원 강제 북송 등의 사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서한을 한국 정부에 보낸 바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