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적대씻고 국교 “물꼬”/일 의원단 평양방문 목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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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돈 문제 거론하며 계기 만들어/일 정부 “과대한 약속 곤란하다”불만표시/북한요구는 전후 배상에 중점
가네마루(금환신) 전부총리를 단장으로 한 일본 자민ㆍ사회 양당합동대표단이 24일 오후 하네다(우전)발 일본항공 특별기편으로 평양을 방문한다.
외무성간부 2명을 포함한 총 89명의 가네마루 방북단은 전후 45년간이나 「적대관계」에 있던 일ㆍ북한 양국이 「관계개선」이라는 「바람구멍」을 만드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의 주목을 모으고 있다.
우리정부로서도 『남북대화와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기여하는 한 일ㆍ북한관계개선을 환영한다』는 기본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한편으로 급속한 접근 움직임이 몰아올 새로운 파장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대사건임에 틀림없다.
한 외무성소식통이 밝힌 이번 가네마루 방조단(북한방문단)의 해결과제는 8개 항목에 이른다.
앞서 이시이(석정) 자민당 외교조사회장대리가 이끈 선발대가 노동당과의 협의내용으로 작성한 메모에 따른 이 현안을 보면 ①식민통치사죄 ②보상 ③제18후지산호 ④연락사무소 ⑤통신위성 ⑥직항전세기 ⑦여권 ⑧정부간 대화의 순이다.
정작 대표단을 이끌고 갈 가네마루는 20일 한국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18후지산호 선원석방과 연락사무소 설치를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로 꼽았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북조선이라는 두터운 벽에 바람구멍을 내는 것만해도 큰 성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22일 평양방문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가네마루가 한 발언을 보면 일ㆍ북한간 대화의 계기가 된 것은 역시 돈문제임을 짐작케한다.
가네마루는 이날 니가타(신석)현에서 열린 중의원들 모임에서 방북과 관련,『외무성은 조약이 맺어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된다고 하는데 대만에 이미 돈을 준 바 있으며 이번 방소단도 소련에 50억엔을 준다고 약속했다. 내가 북한에 가서도 돈문제를 얘기할 수 있지 않는가』고 말해 국교정상화문제와 별개로 북한에 대한 배상문제를 협의할 뜻을 비쳤다.
일본은 한국ㆍ북한등과의 배상문제와 관련,이를 배상대신 보상이라고 주장,한반도 강점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옹호해왔다.
가네마루 자신 기자들과 만나 『돈주고 구속선원들을 사오지는 않겠다』고 되풀이 강조했지만 일ㆍ북한간 교섭의 중요대상은 역시 배상ㆍ사죄등 전후처리문제로 압축되고 연락사무소는 앞으로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상설화할 필요가 있다는 북한측의 요구를 짐작케 한다.
때문에 「보상문제」는 가네마루 방북단의 출발직전까지 외무성과 자민당간의 불협화음을 빚었고 끝내 의견합의를 보지 못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20일 대북식민지지배 사죄문제를 두고 가이후(해부)총리가 총리자격으로서가 아니라 자민당총재 자격으로 친서에 사죄의 뜻을 담아 김일성주석에게 전한다는 의견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정작 이번 방북을 주선한 사회당 다나베(전변) 부위원장측은 『이래서는 북한방문이 이루어지기 힘들다』고 불만을 터뜨렸다고 전한다.
게다가 가네마루가 자칫 배상문제에 어떤 언질이라도 해서는 안된다는 외무성의 입장이 강해지면서 외무성과 자민당 간에는 석두논쟁까지 나올 지경이 됐다.
석두란 「선국교 정상화 후배상」을 고집하는 외무성관리를 지칭하는 가네마루의 표현으로 지난 10일 배상의 어려움을 설명하면서 방북연기를 요구한 다니노(곡야) 아시아국장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면서 나온 것이 처음이다.
이후 가네마루는 지방을 돌면서 『한국에 준한 보상(배상)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외무성이 평화조약이 없으므로 보상은 불가라고 하므로 내가 「석두」라고 불평했다』고 이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외무성과의 심상치않은 관계가 전해졌다.
한편 일본정부를 대표하는 외무성은 『배상등 청구권문제는 정부간 국교정상화 교섭의 개시가 전제돼야 하며 이 단계에서 북한에 과대한 약속은 곤란하다』는게 기본입장으로 자민당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일본 당정간에 대북한 배상문제를 둘러싼 이같은 불협화 움직임이 발목을 끌고 있는 만큼 가네마루 방북단이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를 올릴 수 있을 지 아직 미지수다.<동경=방인철특파원>
□자민ㆍ사회 양당 방북단의 과제와 대처방침
●과제:사죄
방침:지난해 3월 다케시타총리 답변을 기본으로 자민당 총재자격으로 친서 전달.
●과제:보상
방침:청구권을 인정,한국과의 국교정상화때와 마찬가지로 경제협력 검토.
●과제:제18후지산호
방침:인도상 문제로 승무원을 석방시킨다.
●과제:연락사무소
방침:무역경제사무소로서의 기본성격에 자국인보호의 역할을 포함한 영사기능을 갖도록 한다.
●과제:통신위성
방침:북한이 요구하는 국제전기통신 위성기구(인텔새트)의 위성사용을 허가.
●과제:직항전세기
방침:하네다∼평양간을 직항편으로 연결하는 이번 실적을 근거로 직항정기항로를 검토.
●과제:여권
방침:연락사무소의 자국인 보호기능을 실현시켜 「북한제외」조항의 조기삭제를 검토.
●과제:정부간대화
방침:제1차 회합은 10월 하순에 평양에서 열 것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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