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것이 알고 싶다 ⑮ / 발신번호 표시 서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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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086-1490-300008, 02-0821-42702651, 000-0-6348…'.

발신자의 전화번호를 확인할 수 있는 발신번호 표시(CID)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가끔 이런 낯선 전화번호가 휴대전화 화면에 뜬다. 확인 전화를 하면 대부분 "없는 전화번호"라는 안내말이 나온다. 이와 달리 통상적인 전화번호처럼 보이는데도 막상 전화를 걸면 "착신이 금지된 전화번호"라는 기계음이 흘러 나오기도 한다. 이런 CID 서비스의 사각지대(死角地帶) 는 왜 생기는 것일까.

CID 서비스의 기본원리를 알면 이해하기 쉽다. CID는 발신자 측의 교환기에서 발신자의 번호를 수신자 측의 교환기에 전달해 주고 수신 측의 교환기는 이를 수신자의 단말기에 표시해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신자 측의 교환기가 전화번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CID 서비스는 무용지물이 된다. CID 서비스가 안 되는 사례로 우선 국제전화를 들 수 있다. SK텔레콤 김재익 매니저는 "국제전화를 받을 때 CID 서비스가 안 되는 것은 해외 발신자 측의 교환기가 구형이거나 여러 교환기를 거치면서 발신자의 번호가 수신자 측에 제대로 전달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구내 교환기도 CID 서비스의 방해물. 흔히 기업들은 DID/DOD(Direct Inward Dial/Direct Outward Dial) 방식으로 유선망을 구성한다. '9'나 '0' 같은 특정 숫자를 누른 뒤 신호음이 들리면 원하는 전화번호를 눌러 이용하는 방식이다. 특정 숫자를 누르면 교환기가 알아서 비어있는 회선을 찾아 외부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DID/DOD 방식은 발신번호와 수신번호가 분리돼 있다. 그래서 이런 기업에서 발신자가 전화를 걸면 당연히 특정 발신번호만이 수신자의 단말기에 뿌려진다. 그래서 수신자가 그 번호로 전화를 걸면 "착신이 제한된 번호"라는 멘트가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CID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KT 김철기 과장은 "회사가 사용하고 있는 구내 교환기 제조회사에 연락해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고 기업 교환기와 KT 교환기의 신호 방식을 바꿔주면 CID 서비스를 제대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요즘 이런 방식으로 CID가 가능하도록 만든 기업이 많다. 하지만 구형 교환기는 아예 이런 업그레이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보안상의 이유 등으로 일부러 '000-0-6348' 같이 무의미한 번호를 송출하도록 자사 교환기를 조정하는 경우도 있다. 또 발신전화가 아니라 회사 대표전화로 연결되도록 조정해놓은 회사도 있다. 대부분의 공중전화와 일부 발신 전용전화도 반쪽짜리 CID 서비스다. 공중전화의 번호는 제대로 표시되지만 그 번호로 전화를 걸면 "착신이 제한된 번호"라는 멘트가 나온다. 이 밖에 착신번호 '070'이 붙지 않은 일부 인터넷 전화도 CID 서비스가 안 된다.

발신자가 발신번호 표시제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수신자의 창에는 '발신번호 표시제한'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이동전화를 사용할 때, 발신자가 수신자의 번호 앞에 '*23#'을 붙이면 발신번호를 표시하지 않을 수 있다.

서경호 기자

■ CID 서비스가 안 되는 경우

1. 국제전화

2. 구형 교환기를 사용하는 유선전화

3. 사설 교환기 방식(DID/DOD 방식) 유선전화

4. 발신번호 표시 제한 서비스

5. 일부 인터넷 전화

6. 공중전화

7. 발신번호를 송출하지 않도록 자사 교환기를 조정한 일부 기업의 유선망

자료: KT.SK텔레콤.KTF.LG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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