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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직판나선 대학생들(촛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언제 홍수가 났었느냐는듯 맑게 갠 15일오후 서울 동국대 교정에는 때아닌 빨간 고추더미가 산만큼 쌓여 있었다.
충남 제원ㆍ제천 농민회원들이 동국대생들의 도움으로 고추 직판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를 맞는 이번 직판은 14일부터 26일까지 동국대 교정에서 실시되며 10만근 가량을 판매할 예정으로 있다.
가격은 시중가격보다 싼 한근에 3천2백원.
보관 등의 문제로 첫날인 14일 우선 1만근의 고추를 4.5t 트럭에 싣고 밤길을 달려온 제원군농민회 김기정씨(33)는 『제원지방도 이번에 농경지가 유실되는 등 상당한 피해를 보았지만 농민들이 여름내내 애써 지은 농산물의 제값받기도 소홀히 할 수 없어 바뿐 일손을 쪼개 올라왔다』며 『추석을 전후해서는 사과도 주문을 받아 직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또 『우루과이라운드 협상타결로 농촌의 파탄이 눈앞에 닥친데다 수해까지 겹쳐 농촌의 현실은 말이 아니다』며 『학생들 도움으로 농산물 직판에 나설수 있어 한가닥 희망이 생겼다』고 학생들의 배려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번 고추를 사가는 사람들은 교직원ㆍ학부모를 비롯 이교 주변동네 주민ㆍ식당주인 등이 대부분이지만 소문을 듣고 강남ㆍ목동 등 아파트지역에서 온 주부들도 많았다.
이 학교에 다니는 장녀 박윤백양(20ㆍ사범대교유과1)의 권유로 목동에서 왔다는 정종귀씨(42ㆍ주부ㆍ서울 목4동 778)는 『농민도 돕고,또 농민들에게서 직접 사니 믿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20근을 즉석에서 샀다.
이같은 고추직판은 동국대 외에 이대ㆍ숙대ㆍ상명여대 성대 등에서도 실시되고 있어 대학생들의 농촌봉사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실감케했다.<김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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