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뒤끝 자동차 정비업소 호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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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수해 뒤끝 시름에 싸여 있는 수재민들과는 달리 각종 「수해복구 업」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는가 하면 일부 품목은 값이 턱없이 뛰고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다.
홍수가 물러간 뒤 가장 바빠진 곳은 각종 자동차정비업소.
한꺼번에 4백여 대의 차량이 침수된 서울중앙병원과 이웃한 성내동 강남 카 서비스센터에는 13일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평소의 3배에 이르는 80여대의 침수차량 정비주문이 쇄도됐다.
서울성수2가 H자동차서비스센터의 경우에도 평소의 6배에 해당하는 40여대의 차량을 견인했고 정비문의 전화만도 3백여 통이 쏟아졌다.
12일부터는 양수기의 수요가 폭발, 평소 6만5천∼8만원대의 0·5마력 짜리 양수기가 3배가 넘는 20만∼30만원에 판매돼 수재민들의 원성을 샀다.
또 양수기임대료까지 10만원대로 치솟는 등 품귀현상을 빚자 일부 주민은 세운상가는 물론 안양 등지까지 가 20만∼30만원을 주고 아예 사오기도 했다.
품귀현상을 빚기는 라면·식빵 등 비상식량과 아기기저귀·1회용 부탄가스등도 마찬가지.
라면과 빵은 사재기까지 겹쳐 서울 사근동 농축산물직매장 중앙슈퍼체인(김종희·30)의 경우 12일 10상자의 재고가 순식간에 팔려 나갔고 다음날 새로 가져다 놓은 13박스도 1시간만에 동났다.
값도 오름세를 보여 라면의 경우 도매상에서 1상자 5천3백원 짜리를 5천5백원 받는 등 2백∼3백원씩 올려 받고 있다.
주민들이 귀가 준비를 시작한 13일부터는 장판과 벽지 및 보일러 주문이 밀려들기 시작, 이들 업소도 호황을 맞았다.
장판·벽지 및 보일러의 경우 평소 1주일에 몇 건 씩 찾던 것이 수해 뒤에는 첫날만 5∼6배 이상으로 수요가 늘었다.
사근동 세종 지물사 김경옥씨(45·여)는『평소주말에 한 두명 찾던 손님들이 13일 오후 현재 모두 7명이 벽지와 장판을 새로 구입해 갔다』며『침수되었던 집이 마르면 수요가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
이와 함께 진흙과 오물로 뒤덮인 집 안팎을 청소하기 위한 각종 세제와 고무장갑 등 이 불티나게 팔려 나갔고 손쉬운 반찬거리인 두부·콩나물 등도 품귀현상을 빚어 이종식씨(55·사근동 우리슈퍼)는『이들 생필품은 평소보다 2∼3배나 많이 나갔는데 특히 두부와 콩나물은 도매시장인 청량리시장에서도 구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기밥솥과 TV등 가전제품의 수리 문의도 평소보다 최소 10여 배 이상씩 늘었으며 방바닥과 상·하수도 등의 수리업소도 본격적인 수해복구에 참여하기 시작, 평소보다 4∼5배 이상의 일거리가 밀리고 있다.
또 침구 류 등 이 대부분 침수되는 바람에 이불 집과 솜틀집 등도 일손이 바빠졌고 각종 오물과 기름 등 이 뒤섞인 흙탕물에 빠졌던 수재민들 중 상당수가 각종 피부병과 설사 등 질병에 시달려 동네약국에서는 연고제와 설사약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김기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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