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V「여명의 그날」집필 방송작가 김교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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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우리 사회처럼 방송이 민감하게 작용하는 상황에서 TV드라마를 통해 김일성의 항일 투쟁실상을 밝히고 남북의 역사에서 거의 사장돼 있던 무정의「조선의용군」을 복원하는 것 등은 획기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봅니다.』
16일 방송이 시작되는 KBS-TV 대하 다큐 드라마『여명의 그날』을 집필하는 김교식씨(57)는『우리 현대사가 일반인들에게 매우 편협하게 인식돼 있는데 그것을 고치고 싶다』고 강조한다.
통일의욕이 점차 고조되고 소련·동구의 변혁으로 크게 달라지고 있는 세계 상황에서 해방전후사를 제대로 조명해 보지 못했던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지난 85년 KBS가 의욕적으로 기획했던 역사드라마『새벽』에서 공산계열을 부각시키고 친일잔존세력을 제거해야 한다는 내용이 문제가 돼 드라마가 중단되는 쓰라린 경험을 했던 김씨는 이번 작품을 쓰게 되어 감회가 남다르다.
라디오 드라마『광복 20년』으로 더욱 유명한 김씨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극우 보수세력과 민중혁명론자로 갈라진 우리 사회의 대립 양상이 접근·융화될 수 있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힌다. 양시·양비 론이 아니라 서로 잘잘못을 명확히 드러내 화합의 자세에서 과거를 반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씨는 지금까지의 몇몇 역사드라마에서처럼 사건을 나열 식으로 보여줘 전후사정을 생략한 형태나 대립되는 역사해석을 병립시켜 무책임하게 시청자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내용은 지양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철저히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 현대사의 시작을 밀도 있게 제시하겠다는 것.
김씨는 당시 사건들에 관한 맥아더 장군의 극동군 사령부 진상보고서, 미 국무부 비밀보고서 등 여러 자료가 공개돼 우리에게 충격적으로 보여질 몇몇 사건들도 이 작품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힌다. 이승만 정권이 거대한 조직력을 가진 좌익세력을 파괴하기 위해 경험 많은 일본경찰을 중 용한 것, 서울의 소련 영사관은 남로당의 박헌영을 친소정권 지도자로 추천했으나 스탈린이 보다 제어하기 쉽게 하기 위해 국내기반이 없는 김일성을 선택했던 것, 우익세력이 남로당·건 준 등을 모함하기 위해 미군테러단을 비밀리에 조직했던 것, 만주 일본군에서 활동하던 박정희가 광복군으로 둔갑해 귀국하는 과정 등 이 그 예들이다.
김씨는 44년부터 6·25까지의 해방전후사를 다루는 이 드라마가 격변을 예고하고 있는 90년대 2000년대 한국사에 있어서 여러 문제제기와 토론의 단초가 돼 성숙한 역사인식의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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