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몽 vs 소서노, 로맨스냐 불륜이냐 '시청자 공방'

중앙일보

입력

'로맨스'와 '불륜'의 경계는 모호하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듯, 이 둘의 구분에는 주관이 매우 크게 작용한다. 때문에 이 두 단어를 칼로 무 자르듯 구분하기는 어려운 작업임에는 틀림없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주인공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로즈(케이트 윈슬렛)와의 이야기에 대해 로맨스가 아니라고 말 할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이 둘의 사랑에 대해 깊이 있게 공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칠게 봤을 때 때 이 둘은 명백한 불륜(사전적 정의로 인륜에서 벗어나는 것)관계다. 약혼자가 있는 여자가 '쥐뿔도' 없는 청년과 시쳇말로 '바람'이 났으니까.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MBC 특별기획드라마 '주몽'에서도 시청자들 사이에서 이 같은 반응을 볼 수 있다. 바로 주몽과 소서노의 관계이다.

주몽과 소서노는 서로 사랑했던 사이지만 주몽이 실종 된 뒤, 소서노는 대소의 청혼을 피할 수 없어 우태행수와 혼례를 올린다. 물론 모든 이의 예상과 달리 주몽은 살아서 돌아오고 이둘의 사이는 예전처럼 서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주몽 역시 예소야와 부부의 연을 맺지만 마음만은 쉽게 접을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

지난달 31일 방송된 '주몽'에서 주몽(송일국)은 한나라로 조공을 보내는 황룡국 군사들을 기습적으로 공격해 조공을 탈취한 뒤, 주변 부족의 정세를 살피기 위해 산등성이에 오르던 도중 우연히 소서노(한혜진) 상단을 멀리서 지켜보는 장면이 그려졌다.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사랑하던 여인의 혼례를 막을 수 없었던 남자의 마음. 또 그녀가 회임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을 때의 마음. 송일국은 이날 방송에서 이 모든 것을 백마디 말보다 애틋한 눈빛 연기 하나로 풀어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주몽은 자신의 현재 부인인 예소야가 부여궁에서 회임을 했다는 소식을 먼저 전해 듣는 장면이 방송됐다. 자신의 부인이 회임한 몸으로 처소에 감금돼 있지만 사사로운 감정으로 부여를 공격할 수 도 없는 상황.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의 입장과 리더의 입장에서 결단을 내려야하는 주몽은 대업을 위해 자신의 여인을 지키는 일을 잠시 접어둔다.

이에 시청자들은 "옛 연인 소서노의 회임소식에는 애틋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부인인 예소야에 대해서는 사사로운 감정으로 치부해 버리냐"면서 "부여판 부부클리닉도 아니고 서로 결혼한 인물들 사이의 이같은 러브라인이 불륜을 떠올리게 한다. 적절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시청자들은 "당시 시대 배경과 주몽과 소서노 사이의 운명적인 관계를 생각해 보라"면서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하루아침에 잊을 수 있겠는가. 주몽과 소서노의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다시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결국 주몽의 로맨스 불륜은 논쟁은 공감의 문제이다. 주몽과 소서노의 사랑에 제작진이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어떻게 이끌어 내느냐가 '주몽'의 로맨스와 불륜 논란의 해답을 제시할 것이다.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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