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바로 알기 연구서적 줄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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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북한에서 발행된 도서를 복제하는 이른바 북한 원전출판이 눈에 띄게 퇴조하면서 대신 북한사회에 대한 객관적 인식과 이해를 내건 연구 서들이 최근 들어 서점 가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북한원전복제출판은 또 그것대로 종전처럼 북한의 사회주의나 주체사상을 일방적으로 선전하는 사회과학·이념서적 류 일변도를 탈피, 체제이념이나 정치 색의 개입이 최소한으로 제약되는 의·과학 등 기초학문 쪽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88년 가을 이후 대두했던 북한의 이념서적 복제출간러시는 책의 내용을 걸러 줄 여과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독자들에게 생경하기 이를 데 없는 북한 식 용어나 주장을 육성 그대로 전달함으로써 북한체제비판을 위해 맹목적으로 이용되는 측면이 강했던 극우편향의 관 변 북한도서 류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역기능을 담당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따라서 북한관련 도서출판에서 보여지는 최근의 이같은 변화는 적어도 북한을 현상적으로
바라보는 수준에서 그들을 보다 심층적으로 해석하고 이해하는 수준으로 우리의 학문적 관심이 한층 성숙해 가고 있음을 대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사회의 객관적 이해를 표방하는 연구서 출판을 가장 먼저 시작한 출판사는 을유문화사. 을유 측은 88년12월「북한의 인식」이란 총서기획을 완료한 뒤 한국방송광고공사로부터 공익자금 2억5천만원을 지원 받아 89년6월 첫 책인 『북한의 말과 글』을 출간했으며 그후『북한개론』『북한의 정치』『북한의 경제』『북한의 사회』『북한이 보는 우리역사』『북한의 언론』『북한의 문학』『북한의 예술』『북한의 교육』『북한의 통일정책』에 이어 금년 4월『한국전쟁을 보는 시각』을 끝으로 총서 12권을 완 간했다.
을유의「북한의 인식」시리즈는 각 권 모두 책임편집자가 책의 전체프레임과 필자·논문선정의 재량권을 갖고 작업을 진행시켰으며 전 분야에 걸쳐 시각의 편향 없이 북한의 실상에 비교적 객관적으로 접근하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을유의 총서발행에 이어 고려 원과 신원문화사는 북한의 문화예술에 초점을 맞춘 총서 발행에 착수했다.
고려 원은 문예진흥원의 문화발전연구소로부터 책의 제작 및 판매부문을 청부받아 89년 12월부터「북한문화예술의 이해」란 시리즈를 출간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북한의 민속예술』·『북한의 언어생활』·『북한의 미술』『북한의 공연예술』Ⅰ·『북한의 문화유산』Ⅰ·Ⅱ등 6권이 나왔고 이번 주 나올 『북한의 고전문학』·『북한의 현대문학』Ⅰ·Ⅱ등 3권에 이어 내년 초까지는 12권으로 예정된 시리즈를 완 간한다는 계획이다.
신원문화사는 모 경제단체가 문예진흥원에 맡긴 조건부기부금 7천만원을 지원 받아 89년12월부터「북한문화예술40년」시리즈를 발간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예술영화』·『혁명전통의 부산물』·『서울문화 평양문화』·『주체사상을 위한 혁명적 무기의 역할』·『사회주의사상 통일문학』·『북한음악의 실상과 허상』·『북한가극·연극40년』·『북한비평문학40년』등 8권을 냈으며 내년 말까지로 완 간될 시리즈의 기획규모는 모두 20권에 이르는 방대한 것이다.
최근 들어 비교적 정치 색을 띠지 않는 기초 학문적 자료로서의 북한 원전출판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출판사로는 동광출판사와 일월서각을 들 수 있다.
동광출판사는 북한서적을 대행 출판하는 일본의 구월서방과 계약을 하고 북한에서 20권 예정으로 내고 있는『조선견적유물도감』을 복제 출판하고 있다.
이『…도감』은 북한에서도 아직 5권밖에는 나오지 않은 미완의 시리즈로 동광에서는 금년 1월『원시 편』과『고조선·부여·진국 편』의 2권을 출간한데 이어 나머지 3권도 금년 안에 찍어낸다는 계획아래 작업을 진행중이다.
일월서 각은 89년 1월 구월서방측과 북한간행물 복제출판을 위한 최초의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지금까지『실용동의 학』·『자연치료 건강 학』·『의학생화학』·『동의 학 용어해설집』·『6개국 의학용어사전』등 의학관계서적 5종을 냈다.
일월서각은 금년내에 북한사회과학출판사의『팔만대장경해제』전 15권을 복제 출판할 계획이며 10월부터는 북한측이 금년 말까지 완 간 예정으로 현재 3백70권을 내놓은『리조실록』의 복제출판에 착수, 매달 30권을 발간한다는 야심적인 기획 하에 문화부와 협의를 진행중이다. <정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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