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세계의 눈길 끈 남북총리 회담(뉴스파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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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북대화 새차원 진입/적십자회담 재개합의 성과/노대통령ㆍ연총리 깊숙한 대화에 관심/국회개회 앞두고 야당 등원여부 주목
남북한 총리가 공식 대좌한 남북고위급 1차회담이 온 국민과 세계의 시선을 모은 가운데 진행된 한 주일이었다.
북한의 연형묵 정무원총리등 회담대표 7명에 수행원 33명,기자 50명과 함께 4일 오전 10시 판문점을 넘는 것으로 시작된 서울의 3박4일은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뉴스가 됐다.
○양측 입장 분명히 밝혀
○…연총리등 북측일행 90명은 4일 오전 10시 정각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통과,낮 12시5분쯤 회담장소이자 그들의 숙소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도착했다.
연총리등 북측 대표단은 이날 저녁 강총리가 힐튼호텔에서 마련한 환영만찬을 시작으로 공식일정에 들어갔으며 5일 오전 10시에는 분단 45년만에 처음으로 남북한 총리를 수석대표로 하는 남북고위급회담 1차회의가 인터컨티넨탈호텔 셀러돈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회의는 남북한 고위당국자간의 첫 만남이라는 역사적 의미는 물론 남북한 총리가 기조발언을 통해 「정치ㆍ군사 및 교류ㆍ협력」문제를 포함한 남북관계 전반에 대해 양측의 공식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강총리는 기조연설에서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것은 남북 쌍방이 상호 체제인정과 존중의 정신에 입각하여 상호관계를 개선,그 기초위에서 통일을 향한 공존공영의 관계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연총리는 기조연설에서 선교류ㆍ협력 및 신뢰구축이라는 우리측 입장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연총리는 기조연설을 통해 북측입장을 재정리,6개항의 정치적 대결 해소방안과 9개항의 군사적 대결 해소방안을 제시했다.
6일 오전 같은 장소에서 비공개로 열린 제1차 남북고위급회담 두번째 회의에서 양측은 진통끝에 60세이상 이산가족 자유왕래 및 고향방문단 교환 등 이산가족 왕래를 협의키 위한 적십자회담을 가까운 시일내에 재개키로 하는 한편 북한이 주장하는 유엔 단일의석 공동가입문제 협의를 위한 양측 대표접촉을 갖기로 합의했다.
이번에 합의된 이 두가지 문제중 유엔문제는 북한이 가장 민감한 집착을 보이고 있는 정치ㆍ군사문제중의 하나이고 적십자회담 재개는 남한이 강조하고 있는 교류ㆍ협력문제의 하나라는 점에서 앞으로 남북한 대화가 정치ㆍ교류 양방면에서 병행추진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 주었다.
6일 두번째 비공개회의가 끝난 후 노태우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북한의 연총리와 개별요담을 가진데 이어 북측 대표단을 접견했다.
노대통령은 연총리와의 약 15분간 가진 개별면담에서 남북대화 및 통일문제 등에 대한 깊숙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남북 정상회담 조기 개최촉구를 포함한 김일성 북한주석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연총리는 「강영훈 수석대표선생」이라고 애써 「총리」라는 호칭을 피하던 때와는 달리 「대통령각하」등으로 깍듯이 예의를 갖추기도 했다.
남북고위급회담을 마친 연형묵 총리를 비롯한 90명의 북측일행은 3박4일의 서울 체류일정을 모두 마치고 7일 오전 돌아갔다.
○의원직 사퇴서 반려
○…박준규 국회의장은 7일 제1백51회 정기국회를 10일부터 12월18일까지 1백일간 회기로 소집한다고 공고하는 한편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민자당의 날치기 법안처리에 항의,야당의원들이 제출했던 의원직 사퇴서를 이날 일괄 반려하고 야당의원들의 등원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한을 발송했다.
박의장은 평민당사로 김대중 총재를 방문,지난 임시국회에서의 법안변칙처리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고 조속한 국회등원을 촉구했으며 김영삼 민자당대표 최고위원도 8일 기자회견을 갖고 야당의 등원을 촉구하는 한편 노태우ㆍ김대중회담 주선 용의를 표명했다. 다음주는 남북 총리회담의 흥분이 가라앉는 가운데 야당의 등원문제가 쟁점이 될 것 같다.<박병석 정치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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