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최강희 '지략은 최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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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역전의 명수'전북 현대가 아시아 클럽 챔피언에 바짝 다가섰다.

최강희(47) 감독이 이끄는 전북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에서 알카라마(시리아)를 2-0으로 눌렀다. 전북은 9일 오전 2시(한국시간) 열리는 원정 2차전에서 한 골 차로 져도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전북은 후반 13분 염기훈이 결승골을 넣었고, 보띠가 추가 시간에 쐐기골을 작렬시켰다.

지난달 18일 울산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 울산에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오른 최강희 감독(왼쪽)이 김형범의 등을 두드리며 좋아하고 있다. [뉴시스]

전북을 우승 문턱까지 끌어올린 최 감독은 '초보 감독'이다. 수원 삼성의 코치로 7년간 일했고, 2003년 코엘류 감독 당시 대표팀 코치로 있었지만 감독을 해보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탁월한 용병술과 지도력으로 역전 승부를 이끌어냈다. 이날도 후반 시작하면서 김현수를 빼고 공격형인 보띠를 넣어 경기 흐름을 전북으로 끌고 왔다.

최 감독은 "수원에서 김호 감독님 밑에서 7년간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6시즌 동안 11차례 각종 대회 우승을 하면서 '우승하는 법'을 알게 됐고, 장래성 있는 선수를 발굴해 키워내는 방법도 체득했다는 것이다. 선수와 지도자는 절대적 신뢰 관계로 맺어져야 한다는 게 최 감독의 지론이다. 목표를 제시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해와 설득을 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염기훈.김형범.이현승.최철순 등은 '최강희의 아이들'로 쑥쑥 크고 있다.

최 감독은 현역 은퇴 후 독일.스페인.영국.브라질 등에 다니면서 꾸준히 선진 축구 기술과 코칭 방법을 공부했다. 특히 2004년 8월 브라질 피게이렌세 클럽에서 받은 3개월 연수는 군대 생활만큼 힘들었다고 한다. 오전.오후에 선수들과 똑같이 뛰고, 연령별 팀의 전술 훈련에도 참가했다. 이 과정에서 최 감독은 브라질 선수들의 정확한 몸값과 특성, 관리 요령을 알게 됐다고 한다. 울산 현대에서 쫓겨온 '말썽꾸러기' 제칼로를 바꿔놓은 노하우도 여기서 배운 것이었다. 단순하고 흥분 잘하는 제칼로를 길들이기 위해 최 감독은 '벌금 작전'을 썼다. 공식 경기는 물론이고 연습 경기에서도 경고나 퇴장을 당하면 벌금을 내게 했다. 올해 벌금만 1000만 원이 넘지만 점점 줄어들고 있다.

최 감독은 경기 후 "60~70분 이후 상대 체력이 떨어질 때 승부를 걸겠다는 작전이 맞아떨어졌다. 원정 경기에서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오면 더 많은 찬스를 맞게 될 것"이라며 아시아 챔피언 등극을 자신했다.

전주=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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