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10월] 초대시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
늑골 평정이 깨진 마음 속 다 드러나서
우우우 짐승들처럼 울부짖고 싶어라.
생은 먹다 남은 허망한 찌꺼기여
웅크리고 있다 저마다 길을 나서
그 목젖 헐벗은 자 이미 법당에 들어있네.

<약력>

▶1944년 대구 출생 ▶6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시집 '가을강 아스라하니'

<시작노트>

왠지 가을이 되면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悲歌)'가 떠오른다. '주여! 가을입니다. 집이 없는 자는 이제 집을 마련치 못할 것이며…'라는 구절과 함께, 오늘은 티베트 한 오지 마을의 '풍장'도 떠올려 봤다. 아마 이런 날은 망자도 '생은 먹다 남은 허망한 찌꺼기'였다고 되뇌고 있으리라. 혹은 아픔 모르는 아픔 끌고 잎사귀보다 먼저 불쑥 내민 목련처럼, 맨발로 뛰쳐나온 그 눈부신 상처였다고 했을지는 몰라. 그나마 생의 절 한 채, 따로 지어놓을 게, 뭐 있겠는가. 저 주는 것이 이기는 것인 줄도 모르면서 사는 어리석은 이 시대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