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바르드나제 아태외무회담제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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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 아시아 외교 본격개막 신호/신뢰 조성 아주안보기구 겨냥
셰바르드나제 소련외무장관이 4일 제2회 「아­태지역 대화ㆍ평화ㆍ협력」회의에서 93년 아시아­태평양 외무장관회의와 범아시아 정상회담을 제의한 것은 소련의 대 아시아외교의 본격개막을 알리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고르바초프는 86년 7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21세기는 아시아의 세기』라고 선언하고 지금까지 소련이 취해온 아시아에 대한 무관심을 반성,대 아시아외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고르바초프는 이어 88년 9월 동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다시 한번 대 아시아정책에 관한 중요연설을 가졌다.
블라디보스토크 선언을 한단계 발전,구체화시킨 이 연설에서 고르바초프는 ▲아­태 지역의 핵무기 동결 ▲소ㆍ중ㆍ일ㆍ남­북한 연안의 해ㆍ공군력 감축 ▲필리핀 미 공군기지와 베트남 캄란만의 소련군기지 상호철폐 ▲인도양 평화지대화 구상 ▲아시아안보회의 구상등을 제시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바로 아시아 안보회의 구상이다. 고르바초프는 유럽의 경우 유럽안보협력회의체제(헬싱키체제)가 존재,안보적 안정상태가 유지되고 있음에 반해 아시아지역에는 이같은 장치가 없음으로써 불안한 안보상황이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고르바초프의 이같은 구상은 이 지역에서 소련세력의 상대적 취약성으로 미ㆍ중ㆍ일 등 주요국가들로부터 냉대를 받아 왔으나 최근 들어 이 지역 국가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셰바르드나제의 이번 제안은 고르바초프의 구상을 실천에 옮기는 구체적 외교활동의 시작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제안이 당장 실현되리라고 보는 것은 무리다. 앞서 지적한대로 아­태 지역은 소련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며,당사국간 신뢰관계가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현실은 소련도 잘 인식하고 있다. 셰바르드나제 자신도 『아시아 지역에는 다른 지역과 달리 곤란한 문제가 많아 아시아 안보협력기구의 즉시 창설은 무리』라고 지적,『단계적으로,여러 수단을 통해』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소련이 고려하고 있는 단계적 조치는 아­태 외무장관회의를 비롯,해상통신안전센터 및 해상교통안전보장시스팀 설치등으로 이러한 조치들을 통해 상호신뢰를 조성,궁극적으로 아시아안보협력기구 창설로 이끌어간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정우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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