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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건강의 이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건강-. 누구나 향유하고 싶은 것이다. 특히 최근 건강에 대한 우리 나라 사람들의 관심은 대단하다 못해 지나칠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친구 2∼3명만 모여도 건강에 관한 화제가 주가 되고, 대부분의 사교 모임에서도 건강이 빼놓을 수 없는 고정 토픽이 되고 있다.
수년 전 18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의식 구조에 관한 조사·연구를 한 결과 자녀 교육 문제·재산과 더불어 건강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건강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음에도 한국인 40대의 사망률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건강이 으뜸가는 세인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 지도 모르겠다.
건강을 가장 중요시하는 반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건강 추구 행위는 가장 비과학적인 것이 또한 한국인이다. 지난해 10월 성인 약 5백명을 대상으로 건강 추구 행위에 대해 조사한 결과 5% 정도만이 정기 건강 진단·운동 등 합리적인 건강법을 시행하고 있었고 나머지 90%정도는 건강 유지를 「먹는 것」에서 찾고 있었다.
물론 먹는 것 (음식)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다. 인간의 건강은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요소와 무지·가난 등 5개 요소의 총화로 설명된다. 특히 현대에 있어서는 신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사회적 요소가 더 중요하다.
질병도 한가지 요소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유전적 요소·환경요소·식습관·개인차·의학 수준 등에 의해 70%가 결정되는 소위 다인적인 것이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한국인은 건강을 삶에서 제일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주로 신체적인 요소만을 생각하고 있으며, 그 건강 유지를 위한 추구 행위도 거의 비합리적이요, 비과학적인 「먹는 것 (음식)」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외에 건강에 대한 신비주의적인 동양 철학과 서양 의학이 복합되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개념을 갖고 있고, 시중에 범람하는 건강 속설·경험담·섭생법·건강 매체·농담 등이 더욱 건강과 질병의 의미를 단순화하고 비합리화·비과학화한다.
물론 건강과 질병을 수학처럼 도식화해서 생각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으나 너무 지나친 관심과 추구 행위는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이러한 관심이 지나치면 멀쩡한 사람도 건강 염려증 환자가 되기 십상이다. 21세기는 과학의 시대요, 합리적인 시대다. 따라서 건강에 대한 관심과 추구행위는 바람직하지만 근거 없는 속설·요법·식생법 및 이상야릇한 몸놀림 등은 멀리해야겠다.
충분한 수면·절제(음주)·금연·체중 관리·비만 예방·고른 음식 섭취 (소식이 아님)·정기 건강 검진·질병의 조기 처리 등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건강 수명을 유지하는데 충분함을 인식해야겠다.
◇필자 약력 ▲충남 출생 (47세) ▲연세대 의대 졸 (의박) ▲미 미네소타대 가정의학 수련 (75∼79년) ▲가정의학 전문의 (86년) ▲연세대 의대 가정의학과 주임 교수 겸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장 (현) ▲세계 가정의학회 부회장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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