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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종 총본산 선암사 또 재산권 분쟁 회오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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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동안 잠잠하던 한국 태고종 총 본산인 전남 승주군 선암사의 재산권 분규가 또 다시 표면화 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태고종과 조계종 양측 주지가 공동으로 재산을 관리하기로 합의, 35년간 유혈 사태까지 빚으며 끌어온 분규가 종식된듯 했으나 선암사에 거주하는 많은 스님들이 양측의 합정서는 불법이라며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어 예측할 수 없는 국면을 맞게 됐다.
양측의 합의 약정서는 「현 거주 승려와 조계 종단과의 분쟁으로 불교의 위상이 손상되고 사찰은 피폐된 채 행정 당국이 재산을 관리하는 현실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분규를 종식하기 위해 원만히 합의, 불법의 숭고한 진리가 영원히 계승되도록 신명을 다한다」는 요지로 되어 있다.
선암사 주거 대표 태고종 장규선 주지와 조계종측 주지 안동수 스님이 약정인, 총무 김형철 스님이 입회인으로 되어 있는 이 합의 약정서가 외부로 알려지자 태고종 원로 스님 등이 크게 반발, 이에 대처할 7인 대책 위원회를 구성하고 김탑봉 스님을 대표로 선출했다.
대책 위원회는 재산권 관리 문제는 선암사 종회 결의를 거쳐야하는데도 이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이며 무효라고 선언했고 13일 열린 종회와 원로 중진 긴급 대회에서 이를 확인했다.
대책 위원회는 이어 17일 재적 승려들이 참여하는 전산 대회를 열어 불법임을 재확인했고 이 자리에서 합정서 철회와 책임을 물어 장규선 주지의 사퇴를 촉구했다.
선암사 재산권 분규의 발단은 1954년5월21일 이승만 대통령이 불교 정화 유시를 통해 『모든 사찰은 비구승 (조계종)이 수호하라』고 지시하면서부터 곧이어 조계종측이 교육청에 선암사 주인임을 등록했고 1955년10월 조계종 주지와 신도 30여명이 경찰의 협조로 입주했으나 3일만에 태고종측에 밀려나면서 분규가 시작됐다.
양측의 다툼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자 68년 승주군으로 재산 관리가 넘어갔다가 다시 조계종이 인계 받기도 했으나 70년3월 또다시 승주군이 재산 관리를 맡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조계종 측은 수차례 선암사 진입을 시도했으나 태고종 승려들에 의해 실패, 이 과정에서 유혈 사태까지 빚어졌었다.
지금까지 쌍방이 재산권 쟁취를 위해 네 차례나 송사를 치렀고 17차례나 충돌, 한국 사찰 중 대표적인 분규 사찰로 꼽혀왔다.
전남 승주군 승주읍 죽학리 202 조계산 아래 자리잡은 선암사는 빼어난 산세와 풍치를 간직, 사시사철 많은 참배객들이 찾고 있으나 사찰 점유는 태고종, 등기 소유는 조계종, 재산관리는 승주군으로 3원화 되어 사찰이 황폐화되는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백제 성왕 7년 (529년)에 창건된 이 절에는 현재 3층 석탑·석탑 유물·승선교 등 보물 3점을 비롯해 지정 문화재 11점, 문화 자료 2점 등 귀중한 문화재가 소장되어 있으며 스님이 90여명에 달한다. <승주=위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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