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렬 시대』끝나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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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최고의 투수 선동렬(27·해태)은 이제 쇠퇴하는가.
야구 인들로부터 한국야구사상 불세출의 대 투수로 공인 받고 있는 선동렬이 16일 한국프로야구 사상 두 번째로 1천 탈삼진고지를 점령했다 (첫 번째는 삼성의 최동원이 지난 5월 21일 대 LG전에서 수립). 이와 함께 선은 지난해 5월 8일 유승안(빙그레) 에게 만루 홈런을 맞은 후 이날 경기까지 1천 타자를 상대로 무 홈런을 기록, 전인미답의 새 경지를 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날 선의 기록은 팀의 패배로 빛이 크게 바랬다.
특히 선은 자신의 실투(?)로 다 이기던 경기를 역전 패하게 돼 대 기록수립의 기쁨이 한꺼번에 날아가는 아픔을 겪었다.
물론 7회 초 1사 만루 상황에서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려 친 태평양 김일권의 노련한 타격솜씨는 일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 인들은 동점 2루타를 허용하고 8회 초 역전 적시타를 맞아 패한 선동렬 쪽에 관심을 집중시킨다.
1사 만루 위기에서 노련한 타자를 상대로 초구부터 한복판 강속구를 구사한 것은 자만과 구위 저하에서 온 실투라는 지적이다.
8회 초 2사 후 태평양 6번 김인호에게 맞은 역전 결승타도 직구가 가운데로 몰렸기 때문이다.
올 시즌 초반 선동렬은 개막 전 패배이후 연패를 거듭하는 등 다소 스타트가 좋지 않았다.
당시 야구계에서는 선의부진원인을 결혼 때문이라고 꼬집어 대기도 했다.
결혼으로 인한 체력감소와 정신적 이완이 투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수가 부진에 빠지면 흔히 듣게되는 비판 이였으나 한창 신혼중인 선에게는 몹시 신경에 거슬리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올 시즌 선은 26게임 1백38과 3분의 2이닝에 등판, 방어율 1.49를 마크하며 다승(15승5패3세) 방어율 부문에서만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다승(21승 3패 8세) 방어율(1.17) 승률(0.875)을 휩쓸 당시보다 다소 처지는 기록임에 틀림없다.
특히 선이 자부심을 갖고 있는 방어율 부문은 통산 방어율(1.14)에 훨씬 못 미치고 있어 이를 일부 전문가들은 노쇠현상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투구내용을 보더라도 선은 올 시즌 현재 1백38이닝에서 2천1백32개의 공을 던져 안타 98개를 비롯, 4사구 46개, 폭투 3개 등을 허용해 자책점이 벌써 23점(통산 시즌 평균 22점)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1백69이닝에 2천5백2개의 공을 던져 안타 82개, 4사구 55개, 자책점 22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무적의 위용을 잃어 가는 게 확실하다.
대 투수인 선이 올 시즌 다소 침체한 원인으로는 컨트롤 난조를 꼽을 수 있다.
그밖에 27세의 나이에서 오는 구속 감소 등을 꼽는 이도 있다.
올 시즌 선은 자로 잰 듯한 컨트롤이 실종된 것을 본인도 시인하고 있다. 이 같은 이상현상을 감지한 선은 비디오로 자신의 투구 폼을 촬영, 투구 폼이 변해 있는 사실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고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체력이 달리면서 투구 폼이 무너졌고 실투가 나와 지난해와 같은 위력을 보이지 못했던 것이다.
LG트윈스 백인천 감독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일본 프로야구의 경우 대부분 투수들의 수명은 7∼8년 정도다. 이 같은 기준으로 볼 때 철완인 선도 프로 6년째를 맞고있어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할 수 있다』고 평하고 있다. <권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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