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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는 겨레 수난사의 상징”/『태극기 연표』정리한 정경숙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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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희귀본 20여개 문헌 고증/만세 부르다 일경에 손목 잘린 사연도
일제치하를 중심으로 태극기의 수난사와 우리국기를 지켜나가려 했던 민족항쟁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태극기 관련역사연표』가 국내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4년여동안 2백자원고지 1천장에 이르는 방대한 작업을 끝낸 주인공은 30세의 미혼여성 정경숙
정씨는 미대졸업후 줄곧 방송 관련 다큐멘터리 제작업인 한국문화정보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축적한 연구자료수집을 광복45주년를 맞아 일단 마무리,빠르면 올가을 단행본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 책은 6세기 신라 감은사지에 새겨진 최초의 태극기원형으로 보이는 태극문장에서부터 최근 미국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 소장된 것으로 밝혀진 「주이」태극기에 이르기까지 역사상 희귀태극기본 20여개에 대한 철저한 문헌학적 고증을 가하고 있어 가위 태극기에 관한한 「백과사전」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태극기연표가 중시하는 것은 우리수난의 근대사,특히 일제강점기간중의 국기수난사다.<관련기사 12면>
『우리 국기의 1백년사를 보면 태극문양과 4괘의 위치,전체구도 등 그 형태는 시기ㆍ지역에 따라 일치하지 않습니다. 국기를 마음대로 지니고 내걸수 없었던 우리민족의 아픔을 더듬고 확인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정씨는 독립기념관리 소장한 본위크 태극기는 1910년 한일합방과 더불어 한 기독교도 애국지사가 눈물지으며 『더 이상 이땅에서 보관할 수 없으니 잘 간직해 달라』며 캐나다인 본위크선교사에게 전해준 것으로 밝혀냈다.
정씨는 1919년 3월1일 상해독립선언서에 그려진 푸른색 괘를 가진 태극기(독립기념관 소장)는 당시 한 여인이 한손에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부르다 일경이 내려친 칼에 잘린 손목과 함께 땅에 떨어지자 다른 한손으로 태극기를 주워 흔들다 마침내 그 손마저 잘리고 말았다는 사연을 1946년 발간된 잡지 『신천지』3월호에서 밝혀내기도 했다.
특히 이 연표는 민족의 고난극복과 독립운동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일제의 흑심한 탄압으로 주로 해외에서 발견되는 태극기들은 때와 장소마다 그 모양과 구조는 각양각색이지만 1919년 3ㆍ1운동,1920대의 청산리대첩ㆍ6ㆍ10만세운동ㆍ광주학생의거,30년대의 이봉창ㆍ윤봉길의거 등 끊임없는 투쟁으로 점철된 36년독립운동사의 얼을 그때그때 간직하고 있다』고 정씨는 말하고 있다.
정씨가 어느 고서점에서 찾아낸 태극기는 1945년 8월15일 광복과 함께 충남 예산군의 한농부가 기쁨을 가누지못하고 인근에 게양된 일장기를 떼내 먹물로 태극문양을 그려 흔들며 만세를 부른 역사적 사실을 처음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정씨는 태극기가 1백여년동안 조선ㆍ대한제국ㆍ상해임시정부ㆍ대한민국 등 4개 시대를 거치면서도 그 원형을 지키고 계승돼온 것은 태극기라는 국가상징물이 억압받는 온겨례의 희망과 얼이 투사된 대상이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증거라고 말하고 있다.
정씨는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이번 광복절부터 한달간 독립기념관에서 열리는 태극기 특별전시회에서 전시태극기연혁해설에 대한 자문을 말하고 있다.<홍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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