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논의」활성화 돼야|연대서 범민족학술제 토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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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범민족대회 학술제인 「평화통일 대토론회」가 13일 오전11시부터 연세대 대강당에서 학자·학생·시민 등 2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7시간동안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와 북측대표 등이 참여하지 않아 다소 긴장감은 없었으나 「평화협정론」 「10% 군비축소방안」 「민간교류론」등 지금까지 재야 학계에서 간간이 제기했던 평화통일 방안이 총망라돼 흥미를 끌었다.
주제발표와 토론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김낙중씨(민족통일 촉진회 정책연구실장)=남북 각 지역에는 엄연히 존재하는 두 통치주체가 있다. 한반도에서 평화통일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남북 쌍방이 서로 국가 실체를 인정한 뒤 「합의」라는 형식을 통해 통일작업을 수행해 나가야 한다.
이런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통일논의를 해야 한다. 북측이 주장한 고려연방제나 남측의 국가연합이 완전통일을 위한 과도기적 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런 모든 과정을 포함한 합리적 평화통일방안으로 「통일협정에 의한 4단계 통일계획」을 수립할 수 있으리라 본다.
제1단계는 남북이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동반자관계를 수립하는 시기다. 남북불가침협정 등 평화통일 협정이 쌍방 최고당국자간에 체결돼야 한다.
제2단계는 국가연합단계로 이홍구 전 통일원장관이 시사한 체제연합공동체방안이나 평민당의 공화국연방, 전 통일민주당의 한민족연합제 등이 이에 해당된다. 남북 쌍방이 각각 군사외교권을 보유한 채 남북 동수로 민족최고회의를 구성, 경제·문학 등을 통합해 나간다.
제3단계는 연방국가단계로 독자적으로 행사해오던 군사외교권을 통일중앙정부에 이양하는 시기다.
마지막 4단계는 통일민족국가 완성기로 지역대표와 인구비례대표를 바탕으로 양원제 의회를 구성, 1민족 1국가를 이룩한다.
노정선 교수(연세대 행정)=통일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군비축소가 필수적이다.
남북이 군비축소시대로 접어들기 위해서 「10% 군비축소」 방안이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남한만이라도 우선 1년 국방비의 10%를 삭감하자는 것이다. 10% 군비축소의 근거는 이 정도 축소로 남한의 국방력이 크게 저하되지 않으면서도 군축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이 매년 1할씩 군축을 실시, 전쟁의 위험성을 감소시켜 나가면서 합동군사훈련도 단행, 통일의 길을 닦아야한다.
양재혁 교수(성대 철학)=통일을 위해서는 사회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제시가 선행돼야 한다. 특히 학계의 개방적인 통일연구가 매우 중요하다.
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동서독의 통일은 쌍방 학자들이 20여년 동안 자유롭게 통일연구를 지속해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통일을 향한 새로운 논리가 끊임없이 창출됐고 국민의 공감대형성도 이뤄졌다.
우리는 지금까지 반공법·국가보안법 등에 매여 통일을 위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냉전상황을 뛰어넘는 새로운 논리와 발언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만길 교수(고대 사학)=분단 후 지금까지 남북정치권력들은 서로 다른 한편의 통치권을 일방적으로 정지시켜 통일을 이룩하려는 흡수통일론에 열중해왔다.
이런 생각들이 한반도 통일논의를 더 이상 진전시키지 못하게 작용했다.
앞으로 「민간중심의 통일논의」가 활발히 추진돼야 한다. 현 상황에서 양측 지배층들이 정치운동차원을 넘어선 민족운동으로서의 통일운동을 전개할 수 있으리라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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