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절약에 총력전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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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에너지절약운동에 온 국민이 발벗고 나설 때가 왔다. 다행히 중동사태로 인한 제3차 석유파동의 위험이 사라진다손 치더라도 현재의 무절제한 에너지소비는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침내 발등에 불이 떨어진 후에야 비로소 정부는 연일 대책회의를 열어 에너지절약 방안의 강구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실상 정부와 국민은 에너지 과소비를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징후들과 경고를 여러차례 무심코 흘려버리고 말았다.
권위있는 국제석유전문기관과 석유업계가 금년 봄에 제기한 석유파동임박설과 고유가시대에의 예고는 물론이고 석유수입과 소비의 위험수위를 알리는 각종 공식통계의 발표와 심지어는 일상생활속의 에너지낭비 풍경마저 보고도 눈감아 버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작년의 에너지소비 증가율이 80년대에 들어와 처음으로 경제성장률을 웃돌았고 금년 상반기의 원유도입액이 작년 상반기보다 무려 28%나 늘어난 사실만으로도 에너지절약 캠페인을 전개할 충분한 자극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승용차 시장에서는 작은 차보다 중ㆍ대형차 판매가 더 빨리 증가하고 에어컨ㆍ선풍기ㆍ냉장고는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더이상의 사례들을 들추지 않더라도 이쯤되면 우리 사회는 가위 에너지 소비의 절정기에 놓여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수없이 지적되어온 과소비 풍조도 따지고 보면 에너지 과소비가 그 중핵을 이루고 있었다.
중동사태가 없었던들 정부의 갑작스런 에너지대책 숙의도,소비자들의 각성도 없이 계속 소비의 단맛에 중독증세가 더욱 깊어졌을지 모른다. 따라서 급기야 중동에서 날아든 석유위기의 급보는 웬만한 자극으로는 정신차리지 못하는 불감증의 소비사회에 던져진 최후통첩의 뜻을 담고 있다.
악재로 가득찬 경제에 석유파동이란 또 하나의 심각한 악재가 추가될 고비를 맞아 범국민적인 에너지절약운동을 벌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다만 이 캠페인이 과거의 비슷한 사례에서 자주 보았듯이 거죽만 번드르한 일과성의 행사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정부당국은 이 운동의 목표설정과 수단의 동원,분야별 실천계획 수립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에너지절약 캠페인은 물가안정,국제수지개선,경제효율의 제고와 같은 경제적 실익을 거두는 일에도 큰 비중을 두어야겠지만 이에 병행하여 모든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앞날에 대비키 위해 근검절약의 양속이 전국민의 생활속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정신적 효과도 아울러 중시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를 덜 쓴다는 것은 크고 작은 불편과 고통을 수반하는 것인 만큼 이 고통의 감수에 각계각층이 골고루 자발적으로 참여할 때만 에너지절약운동은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절약운동의 계획수립과 실천단계에서 과거의 해묵은 방식에 안주하지 말고 위기에 부합되는 실천의지를 보여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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