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급과 거리 멀어" 수요자 탐색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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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23일 추가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강조한 데 대해 막상 부동산시장에서는 냉담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신도시 공급이 아직 먼 일인 데다 단기적으로도 추 장관이 장담한 매물 증가가 현실로 나타나긴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말도 달아오르고 있는 재건축 시장을 식히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추가 신도시 후보지는=인천 검단 지역이 수도권의 새 신도시 예정지로, 파주 신도시가 규모 확장 대상인 신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건교부는 공식 확인을 거부하면서도 신규 신도시는 전혀 새로운 곳이 아니라 기존 추진지역 중 하나라고 밝혔다.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분당(594만 평)급 신도시를 만든다면 검단을 제외하곤 그렇게 넓은 땅이 수도권에 많지 않다"며 "2010년 분양을 목표로 한다면 인천시가 이미 신도시를 추진 중인 검단을 개발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검단지역은 인천시가 지난해부터 서구 검단.당하와 원당동 일대 457만 평에 신도시 건설을 추진한 곳이다. 인천시는 6월 건교부에 신도시 건설을 위한 지구 지정까지 신청했다. 반면 후보 지역 중 이천과 용인 동북권 등은 자연보존권역이어서 대규모 신도시를 건설하기가 쉽지 않고, 시흥이나 안양과 과천 사이 지역은 땅이 넓지 않아 소규모 신도시 정도만 만들 수 있다.

규모가 커지는 신도시로는 파주가 유력하다. LG필립스LCD공장 등이 인근에 세워지면서 주택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파주 신도시의 개발 주체인 주공은 이를 감안해 건교부에 면적 확대를 요구해왔다. 화성 동탄 신도시도 토지공사가 지난해부터 부지 면적 확대를 추진해 내년에라도 추가 확대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러나 검단 신도시의 효과에 대해선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추 장관은 "신도시를 지어 서울 강남을 선호하는 이들이 가도록 할 것"이라고 했지만 검단이 강남을 대체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강남을 포함한 서울 거주자들이 옮겨가기엔 다소 멀고(광화문서 34㎞), 도로도 충분치 않다.

이 때문에 검단 신도시가 막상 서울 거주자를 흡수하지 못하면 이 지역에서 주택 과잉 공급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 송도와 청라지구, 김포 등 지역에 이미 신도시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지금 집을 사지 말라고◆ =추 장관은 신도시 개발로 주택 공급이 늘어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보고 "지금 집을 사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도시의 물량 증가 효과는 몇 년 뒤에나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당장 집값 동향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추 장관은 특히 내년의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는 매물이 연말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지만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이런 매물은 이미 시장에서 다 소화됐다고 지적했다. 분당 해내밀공인 관계자는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팔려는 매물은 이미 이달 이전에 나올 만큼 나왔고 모두 팔렸다"고 말했다. 박정현 세무사는 "아직 집을 처분하지 않은 다주택자들도 주택 수요가 많은 강남 등의 주택은 보유하거나 증여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안다"며 "세금 때문에 나올 매물은 이제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 때문에 집값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더 많다. 통상 가을 이사철 수요로 인한 집값 상승세가 9월 이후 둔화되곤 했지만 올해에는 10월까지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지금 내집을 마련하지 않으면 신도시 개발 등으로 주택 공급량이 확 늘어나는 5년 뒤쯤으로 매수 시기를 아예 늦추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도시 물량 공급이 현실화하는 2011년 이전엔 집값 상승 요인이 더 크다는 것이다.

◆ 재건축 아파트 수요는 여전=추 장관이 23일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 시장에서는 예상했던 일인 만큼 악재로 작용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도심의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수요는 크지만 막상 이 지역에서 공급될 물량은 재건축 아파트뿐이다. 재건축이 강남 등 입지 여건이 좋은 지역의 유일한 공급원인 셈이다. 따라서 규제 완화 여부에 관계없이 재건축 수요는 여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건축 규제가 오히려 재건축이 확실한 단지들의 가격을 높이기도 한다. 강남구 개포공인 관계자는 "정부 규제로 새로 재건축을 시작하기는 어렵지만 이미 사업을 추진 중인 단지들은 반사이익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RE멤버스 고종완 사장은 "강남 수요를 흡수하기에 미흡한 신도시 계획은 오히려 강남권 재건축 수요를 더 굳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안장원.함종선 기자

◆ 검단 지역은 어떤 곳=인천시 서구 검단.당하.원당동 일대가 포함된 검단 지역은 북쪽으로 김포신도시와 인접해 있고, 남서쪽엔 송도신도시.청라경제자유구역이 있다. 신도시가 건립되면 이 일대는 거대한 신도시 벨트가 되는 것이다. 현재는 대부분의 땅이 논.밭.구릉지로 이뤄져 있고, 무허가 공장이 난립해 있다. 특히 김포신도시, 청라경제자유구역 등 주변 지역의 개발로 검단 일대가 소규모로 난개발될 것이란 점 때문에 인천시는 5년 전부터 신도시 개발을 추진해 왔다. 검단 신도시 면적은 당초 인천시에서 548만 평으로 계획했으나 건교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면적을 축소, 457만 평으로 최종 확정했다. 서울 등지로의 도로 상황은 좋지 못하다. 다만 인천시가 인천 지하철 1, 2호선 가운데 한 노선을 검단신도시로 연결하거나 신규 노선을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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