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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압력 일단 성과/대 이라크 봉쇄 어떻게 돼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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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ECㆍ소ㆍ중 이어 일도 고립작전 동참/사태 장기화땐 협조체제 유지 힘들 듯
이라크에 의한 쿠웨이트 점령사태를 군사적 개입을 통하기 보다 경제ㆍ외교적 수단으로 해결을 모색하고 있는 미국은 EC에 이어 일본도 5일 무역제재등 미국의 조치에 가세키로 함으로써 일단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미국은 이라크에 대해 원유수입중지등 무역제재조치를 하면서 이같은 제재를 우방들이 따라줘 효과있는 제재가 과연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미국은 이라크가 경제의 90%를 원유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사실을 노려 원유수출만 중단시키면 이라크가 결국 손을 들지 않을 수 없다는 계산을 했다.
그러나 이 수단이 약효가 빠르기는 하지만 그만큼 미국등 서방 진영도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감수해야 한다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미국의 경우는 전체 유류의 50%정도를 수입하고 있으나 이라크ㆍ쿠웨이트에 의존하는 양은 8%에 불과하지만 이번에 동조한 EC나 일본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은 전체원유의 60%를,EC의 경우 55%를 걸프지역에서 공급받고 있는 처지여서 이라크ㆍ쿠웨이트산 원유가 중단됐을 경우 받게되는 경제적 타격은 심각하다.
가장 영향을 적게 받는 미국에서조차 사태발생 직후 휘발유값과 난방기름값이 뛰어 가계에 주름살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주식값이 떨어지는등 당장 영향이 미쳤다.
이같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소련과 중국이 이라크에 대한 무기수출을 중단할 것을 동의하고 특히 각각의 경제적 사정때문에 가장 결심하기 어려운 EC와 일본까지도 미국의 조치를 따라준 것은 부시대통령으로서는 백만대군을 얻은 셈이다.
그러나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고 장기화 될 경우 과연 미국의 우방간에 이같은 협조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일본이나 EC의 경우 당장은 비축분이나 이미 선적된 원유가 있겠지만 이것이 다 고갈됐을 경우 대책이 막연하다.
남미와 사우디의 증산에 기대할 수밖에 없지만 멕시코ㆍ베네수엘라의 증산에는 한계가 있고 사우디도 이라크의 압력에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부시대통령이 경제적 제재조치가 그 명분때문에 다른 나라들도 일단은 어쩔 수 없이 따르고 있으나 장기화될 경우 사태가 어떤 식으로 변질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국은 경제적 제재조치를 확대해 나가되 이를 독자적으로 하지 않고 유엔등을 통해 집단적 응징을 취해 나갈 방침인 것 같다.
그러나 이것 역시 그 실효성은 의문으로 남는다. 각기 나름의 국가이익때문에 국제적 약속이나 신의가 깨진 사례가 역사상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제사정때문에 미국으로서도 사태의 조기수습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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