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계좌 95억, 주택 구입 20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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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군납비리 사건과 관련, 세방하이테크 이상웅(48.구속.사진) 대표가 1000만 달러(약 95억원)를 스위스 등 해외 비밀계좌에 예치해 운용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은 세방 측이 국방부 등 관련 부처를 상대로 거액의 비자금을 방산(防産)업체 지정 등의 로비 목적으로 사용한 단서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본지 10월 20일자 10면>

앞서 검찰은 잠수함.어뢰용 축전지의 단가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126억원의 국방 예산을 불법으로 타낸 혐의(특경가법상 사기)로 이씨를 구속했다. 세방하이테크의 주식 중 80%를 갖고 있는 이씨는 종합물류회사인 세방과 차량용 축전지 전문생산 업체인 세방전지의 대표이사직도 겸하고 있다.

◆ 수출입 자금으로 위장=검찰은 이씨의 서울 역삼동 사무실 개인금고를 압수수색해 비밀계좌의 존재를 확인했다. 영국계 HSBC은행의 스위스 제네바 지점과 조세피난처로 영국해협에 위치한 영국령 채널 제도의 JP모건 은행 지점에 1000만 달러가 예치됐던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에 적시돼 있다. 검찰은 이씨가 세방㈜ 등 관련 회사의 정상적인 수출입 업무인 것처럼 위장한 뒤 홍콩 등지에 있는 회사 계좌에서 몇 단계를 거쳐 스위스 등으로 비자금을 빼돌렸다고 밝혔다.

현재 검찰은 이씨의 금고에서 스위스 계좌 등의 자금운용 보고서 등을 확보해 자금 출처와 사용처 등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은행들이 금융거래 비밀보호 등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해 검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씨는 "세방그룹 회장인 부친이 20년 전 해외에서 조성한 100만 달러를 국내로 들여오지 못하고 현지에 예치한 동안 돈이 불어난 것"으로 해명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세방그룹 이의순(83) 회장의 소환조사 여부도 고려하고 있다.

검찰은 또 세방하이테크 측이 자금담당 부장 이모씨를 통해 관련 부처에 로비용으로 비자금을 사용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전직 해군대령인 최모씨 등은 세방 측의 고문 자격으로 관련 공무원들을 접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 고급주택 구입과 입막음 돈=검찰은 세방 측이 회사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이씨에게 수십억원을 전달해 온 사실을 밝혀냈다. 이씨는 이를 고급 주택가인 서울 성북동의 2층짜리 단독주택을 20여억원에 구입하고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등의 개인적인 목적으로 썼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씨는 또 세방㈜ 건설본부가 하도급 업체에 지급하는 공사대금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14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회사 관계자들의 입막음용으로 6억여원을 쓴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세방하이테크 설립(1997년)시 자본금 8억원을 투자한 이씨가 편법 배당으로 받은 44억원은 회사 측이 불법으로 타낸 126억원의 국방예산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는 "납품단가 조작은 회사 직원들이 알아서 한 일"이라며 "국방부 등이 원가산정을 제대로 안 해줘 오히려 기업경영이 어려웠다"고 주장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김종문.백일현 기자

◆ 세방하이테크=유명 건전지 제조업체인 세방전지에서 군사용 특수 축전지 분야를 떼내 1997년 독립법인이 됐다. 92년 잠수함용 축전지 개발에 성공한 뒤 해군이 개발한 한국형 잠수함 등에 축전지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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