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雲甫 친동생 北화가 김기만씨 아직 생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김기만씨는 몸 놀림이 불편하긴 해도 정정한 편이었다. 타계한 친형 운보 김기창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며 서울에서 전시회를 열고 싶다는 강한 뜻을 나타냈다."

9월 말 북한을 방문해 지난해 숨진 것으로 잘못 알려졌던 화가 김기만(74)씨가 건재함을 확인하고 돌아온 신동훈(52) 조선미술협회장은 "더 늦기 전에 그분 작품을 한국과 미국에 소개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신회장은 십여 년 전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조선화 전문화랑인 '새스코'를 운영하며 일년에 두어 차례씩 정기적으로 북한을 찾아가 화가들과 친분을 쌓아왔다.


지난 달 말, 북한을 찾아간 조선화 전문 화상 신동훈(右)씨가 죽은 것으로 알려졌던 원로 화가 김기만씨를 만났다. 오른쪽 사진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평양미술대학의 교재 '조선화 작품집'. 표지는 인민예술가 정영만씨가 1973년에 그린 '강선의 저녁노을'이다.

이번에 김기만씨를 만나게 된 것도 그의 말 그대로 "천신만고 끝" 이다. 특별히 얼굴을 대면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그는 "십년 넘게 정성을 다해 찾아다니며 그들 작품을 다른 나라에 알린 덕분인 것 같다"고 추측했다.

현재 은퇴한 원로 미술인들을 위한 창작단인 '송화(松花) 미술원'에 머물고 있는 김기만씨는 동료인 김상직.김정임씨 등 30여명의 동료들과 함께 옛 작업을 갈무리하며 말년을 보내고 있다고 신씨는 전했다. 기만씨는 2000년 12월 2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때 서울에 내려와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맏형 김기창(1914~2001)을 만나 눈물을 쏟으며 '형제 2인전'을 꿈꾸기도 했으나 한달여 뒤 운보가 죽음에 따라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신동훈씨는 이번 북한행에서 또 하나 귀중한 소득을 올렸다. 미술인을 길러내는 대표적 교육기관인 평양미술대학에서 1983년부터 교재로 쓰고 있는 '조선화 작품집'(예술교육출판사 펴냄) 초판과 이론서인 '미술개론'을 한 권씩 가지고 들어온 것이다. 만수대창작사의 인민예술가인 정창모(72)씨가 신씨에게 건네준 이 책들은 남한에 처음 선보이는 북한 미술 교육서다.

"우리는 조선화의 선명하고 간결한 전통적 화법을 연구하여 그것을 우리 시대의 요구에 맞게 더욱 발전시켜야 합니다"라는 김일성 주석의 교시로 시작하는 '조선화 작품집'은 고전편과 현대편으로 나뉘어 본이 될 만한 그림 3백여점을 흑백 복사로 담고 있다. 공민왕으로부터 풍속화가인 단원 김홍도나 진경산수화를 창시한 겸재 정선까지 남한에서 손꼽는 전통 화가들이 똑같이 선정된 점은 흥미롭다.

올 1월 김기만씨를 비롯해 김상직.선우영.오영성.정영만.정창모.황영준씨 7명 조선화가들 컬러 도록인 '조선화'(어문각 펴냄)를 제작해 북한에 들고간 신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그 도록을 인민대학습당에 두어 모든 인민이 보도록 하라고 내려보냈다"고 전하며 "이번 교재 선물은 그에 대한 답례인 것 같다"고 했다.

정재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