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과 비단옷(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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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수학을 싫어하기는 서양도 마찬가지인가보다. 영화 『시네마 천국』(토르나토레 감독)에 이탈리아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99산을 제대로 외지못해 아둔해 있는 표정들이 나온다.
한 어린이는 「5×5」이 답을 몰라 천장만 쳐다본다. 이때 친구 어린이가 크리스마스 그림을 보여준다. 몽롱해 있던 어린이는 알았다는 듯이 『크리스마스!』라고 큰소리로 대답해 관객들을 웃긴다. 끝내 「25」의 답은 몰랐다.
이런 얘기도 있다. 어떤 시골 처녀가 우유통을 머리에 이고 시장에 가면서 궁리가 깊었다. 『이 우유를 다 팔면 계란 3백개는 살 수 있겠지. 그 계란을 품으면 적어도 2백마리 병아리는 깨어 나오겠지. 그것을 고스란이 키워서 팔면 설날에 입을 비단옷감쯤은 사고도 남겠지. 옷을 만들어 입고 나서면 동네 총각들이 정신을 잃을 거야.』
처녀는 제흥에 겨워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사이에 머리위의 우유가 몽땅 쏟아지고 만다. 이솝우화다. 교훈은 나중 얘기고,우리는 그 처녀의 기발한 상상력에 미소짓지 않을 수 없다.
수학은 단순히 수의 셈이 아니다. 논리적 사고,창의적 사유를 가능하게 한다. 처녀가 우유통을 이고 가며 비단옷 해입을 궁리를 하는 것은 수학적 사고의 결과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도 간결하고 명확하게 만들어 답을 찾아주는 것이 수학이다.
한국 사람의 수학적 재능은 어느 누구에도 떨어지지 않는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구구가로 셈을 배우기 시작했다.
『구구 팔십 일관로는 적송자 찾아가고…』하는 식의 노래다. 경주 불국사 석굴암은 수학의 극치라고 하는 학자도 있다. 그 구조의 치밀성이나 균형이 수학적 발상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후 1천수백년. 오늘 우리 2세들의 수학 실력은 어떤가. 요즘 북경의 국제수학올림픽에서 우리 학생들의 성적은 꼴찌에서 찾는 쪽이 더빠를 정도였다. 1위 중국,2위 소련,3위 미국… 북한 19위,일본 20위,그 함참 뒤인 32위가 한국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식 주입교육이 오늘의 수학실력을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고 개탄한다. 문교당국의 답변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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