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병걸린 상수원(환경오염 위험수위: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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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죽어가는 5대강/상류도 만신창이/축산폐수ㆍ양어장 찌꺼기등 넘쳐/백담계곡 물도 10㎞ 흐르면 “오염”
4천만의 식수원인 5대강이 죽어가고 있다. 상류까지 이미 흐려져 썩어가고 있다. 상류의 오염은 덮어둔 채 눈에 보이는 곳만의 땜질식 수질보호로는 중병에 걸린 상수원을 되살릴 수가 없다. 오염의 악순환만이 거듭되고 있을 뿐이다.
발원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각종 오염에 휩싸인다. 강을 끼고 자리잡은 농가의 축산폐수,마을의 생활오수,가두리 양식장에서 나오는 어분과 크고 작은 공장의 폐수에다 관광객들이 무분별하게 버리는 각종 오물도 한몫 거들어 만신창이가 돼버렸다.
이 때문에 5대강은 이제 상류에서부터 크게 오염,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다다랐다.
한강발원지의 하나인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설악산 백담계곡.
장마비로 물이 불어나긴 했으나 강바닥이 훤히 보이는 깨끗한 물이 계곡 아래로 흘러내린다. 청정강물에서만 서식하는 열목어와 산천어도 간간이 눈에 띈다.
○바닥엔 검은 이끼
그러나 10여㎞에 이르는 백담계곡물은 미시령과 진부령에서 만나 흘러내려오는 북천과 합류하면서 오염된 물로 바뀌고만다.
소양강으로 합쳐지는 북천은 백담계곡과 만나는 위쪽 3㎞지점에서부터 바닥에 검은 이끼가 끼는등 오염돼 있다.
『4년전 이 일대에 명태건조장이 들어서면서 북천이 오염되기 시작했어요.』
주민 손모씨(52ㆍ용대리)는 『늦가을부터 이른봄까지 명태건조업자들이 하천에서 직접 배를 따나오는 명태내장을 하천에 그냥 버려 하천바닥에 쌓여 썩어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다 여름철이면 주변 계곡을 찾아드는 많은 관광피서객들이 쓰레기나 먹다남은 찌꺼기등 오물들을 계곡에 마구 내버려 하천이 더욱 더러워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천하류는 움푹 팬 바닥에 오물과 쓰레기가 고여있으며 주위에는 이끼가 새카맣게 끼어 물밑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소양강도 강유역 6만여 주민이 버리는 생활오수와 가두리 양식장,축산농가에서 방류하는 가축분뇨등으로 강 전체가 혼탁해져 있다.
이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있는 것은 향어등을 기르는 가두리 양식장과 송어등 내수면양식장에서 배출되는 어분.
가두리양식장은 차단벽없이 물에 그물을 치고 고기를 길러 배설물이 그대로 바닥에 가라앉아 마치 물속에 살아있는 오염물질을 기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에따라 양식장 주변의 물은 다른 지역보다 더 흐렸고 물속에는 작은 입자들이 무수히 떠다니는 것이 육안으로도 훤히 보인다. 현재 북한강ㆍ남한강 등 한강수계 가두리양식장은 소양호 12ㆍ파로호 8ㆍ춘천호 3ㆍ청평호 12ㆍ팔당호 상류 1ㆍ충주호 33개 등 모두 69개소에 달한다.
○골재 채취도 한몫
김범철 강원대교수는 『향어는 일단 먹은 사료를 20∼30%정도만 체내에 흡수하고 70∼80%는 배설물로 배출하기 때문에 주는 사료의 70∼80%가 호수바닥에 가라앉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했다.
이찬기교수(강원대)도 『이들 양식장에서 배출되는 배출물이 팔당상류 총오염배출량의 6%에 달한다』며 『이로인해 양식장 하류의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가 원수에 비해 최저 1.4배에서 최고 11.3배까지 나빠졌다』고 밝혔다.
소양호에 투여되는 사료의 양은 12개 양식장에서 하루평균 24t. 1년에 약 8천t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중 배출량이 70∼80%나 돼 5천∼6천t 가량이 호수바닥에 가라앉아 썩는다는 계산이다.
소양댐 선착장 매점주인 김모씨(50ㆍ여)는 『봄ㆍ가을 갈수기때는 소양호가 뻘겋게 변할 때가 있다』면서 『사료를 엄청나게 뿌려대니 호수가 오염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댐 위쪽 3백m 지점부터 상류쪽으로 3개의 가두리 양식장이 있는 춘천호도 부영양호에서 나타나는 「물꽃현상」으로 호수전체가 청록색을 띠고있다.
소양호와 춘천호의 합류지점인 의암호는 골재채취로 일대가 흙탕물로 변해버렸다. 현재 의암호 골재채취장은 강원도 춘천시 근화동등 모두 4곳. 팔당호 골재채취때 문제가 됐던 버킷식으로 바닥을 훑어 퍼올리고 있어 찌꺼기가 물위로 떠오르고 있다.
○농사도 못지을 판
의암호 일대에서 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박모씨(56)는 『골재채취 작업으로 수초지대가 없어지는 등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고기가 사라져 앞으로 먹고살 일이 걱정』이라며 한숨지었다.
청평호도 수질이 암청색을 띠는등 탁도가 심한 상태. 특히 댐주변에 들어서 있는 20여개의 대규모 횟집등에서 내보내는 오수가 오염의 주범이며 일부업소에서는 강위에 대형바지선까지 띄워 영업을 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군 화도면 가곡리. 북한강 본류로 합류하는 수동천의 지천이 흐르는 이 마을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소분뇨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한 축산농가는 하천옆에 우사를 지어 바닥을 씻으면 하천으로 흘러가도록 해놓아 우사 주위 하천바닥에는 소분뇨가 가득 쌓여 있었다.
마을이장 최병웅씨(50)는 『하천을 이 상태로 방치한다면 앞으로 2∼3년후면 수동천의 지천물로는 농사도 짓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수도권 1천5백만의 식수원인 팔당호로 유입되는 경안천도 산업폐수ㆍ축산폐수 등으로 상류부터 오염돼 있다.
경안천으로 흘러들어가는 경기도 광주군 광주읍 목리 일대의 하천은 말이 하천이지 하수구나 다를 바 없다.
40여개소의 양계장ㆍ목장ㆍ돈사와 20여곳의 공장등에서 내보내는 각종 폐수로 이 일대 하천은 장마비에도 씻겨내려가지 않는 폐유찌꺼기ㆍ가축분뇨 등이 하천변에 뒤엉겨 있었다.
게다가 후미진 담벼락에 흙을 파서 분뇨가 하천으로 흘러들도록 해놓고 있는데도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았다.
○단속손길 못미쳐
주민 남윤경씨(49)는 『지난해 이 양계장에서 나온 닭분뇨가 논으로 들어가 농사를 망쳤다』고 말하고 『3년전부터 해마다 1천평정도 피해를 보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특히 이 일대 한 돈사에서는 돼지분뇨를 하천옆에 모아두었다가 최근 비가 올때 하천으로 쓸어넣다 들켜 주민들이 돈사 주인을 고발하기도 했다.
팔당호 수계로 직접 흘러드는 경기도 용인ㆍ이천ㆍ광주 등에서 기르는 돼지수는 30여만마리로 여기에서 배출되는 분뇨는 사람 1백50만명의 분뇨량과 맞먹는다.
이럼에도 이 지방 축산농가 3천6백가구중 간이정화시설이라도 돼 있는 곳은 50여가구에 불과하다.
이처럼 정화되지 않은 축산폐수는 팔당호유역에서 나오는 생활오수ㆍ산업폐수와 뒤섞여 팔당호와 합류하는 경안천하류에 이르면 유속이 느려지면서 대부분 바닥에 가라앉는다. 하천이 썩어가는 것이다.
강상류의 이같은 오염은 비단 한강뿐만이 아니다. 낙동강ㆍ영산강ㆍ섬진강ㆍ금강 등도 마찬가지.
강원 일부지방과 경북ㆍ경남ㆍ부산 주민의 식수원인 낙동강의 경우 발원지인 강원도 태백시 원천지역부터 탄가루에 오염,상류에서 10㎞에 이르는 강물바닥에는 탄가루가 두께 2∼5㎝나 쌓여있다.
또 발원지에서 30여㎞ 떨어진 경북 봉화군 석포일대 상류는 인근광업소와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로 강물이 회색빛을 띠고 있는 정도여서 농업용수로도 사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영산강은 아예 상수원으로 쓰지 못해 광주시는 섬진강의 동북댐에서 물을 끌어다 쓰며 대청호에서 겨우 2급수를 유지하는 금강물도 공주에 이르면 3급수로 전락,최하급 수질이 되고있다.
환경전문가들은 『5대강 상류오염의 근본대책은 세우지않고 중ㆍ하류에만 투자를 집중하는 것은 행정의 단견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하고 『서둘러 상류지역 중ㆍ소도시에 하수처리장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정재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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