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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쉼] 화제의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 맛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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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테이스팅에 참가한 사람들. 왼쪽부터 ‘마피아’ 회원인 강성미.김대식.김정하.김범수씨, ‘와인&프렌즈’ 구덕모 사장.

"아, 가슴이 설레요. 어떤 맛일까."

"흠, 샤블리는 벌써 마셔봤는데…."

반응들이 다양하다. 14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와인바 '와인&프렌즈'. 화제작 '신의 물방울'에 등장한 와인 네 종류를 맛보기 위해 30대 직장이 네 명이 모였다.

김대식(39) 신세계 과장, 김범수(34) KTF 차장, 강성미(33) 롯데쇼핑 과장, 김정하(31) CJ㈜ 대리. 기업체 마케팅.PR 담당자들의 모임인 '마피아' 회원들이다. 와인 '구력'은 제각각. 김정하 대리가 막 초보 딱지를 뗀 형편이라면, 김범수 차장은 벌써 5년째 인터넷 와인 동호회에서 활동해온 매니어다.

오늘 와인 테이스팅(Tasting)의 길잡이 역할을 해줄 이는 '와인&프렌즈'의 구덕모(59)사장이다. 구 사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그의 전직은 LG필립스LCD 부사장. "1980년대 뉴욕 주재원 시절, 당시 빅 바이어에게 와인의 기본을 배웠죠. 그 바이어와 함께 와인바를 순례하며 받아 적은 노트만 4권 분량이 됩니다." 회사 퇴임 뒤 당연한 수순인 듯 와인바를 열었다. 와인바로서는 드물게 4개의 룸이 있고, 방마다 LCD 모니터가 설치돼 있어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 장소로도 애용된다. 구 사장은 "테이스팅이란 와인의 색.향.맛을 느끼는 것"이라며 "뒷맛과 균형감까지 따져볼 수 있으면 금상첨화"라고 설명했다.

드디어 첫번째 테이스팅 대상인 샤블리의 문이 열렸다. "색이 참 예쁜데요." "신맛이 강하면서 싱싱해요." "화이트 와인인데도 힘이 느껴지네요." 다양한 반응이 쏟아져 나온다. '신의 물방울'에선 샤블리를 마신 등장인물이 눈물을 쏟으며 고향에 돌아가 소꼽친구와 결혼하는 상상을 한다. 아쉽게도 그런 정도의 감동을 느낀 이는 없는 듯 했다.

다음은 샤토 생 콤. 2002년 빈티지여선지 "어린 느낌"이란 평가가 많았다. 김대식 과장은 "생나무 가지를 부러뜨렸을 때 나는 향취가 느껴진다"고 했다. '신의 물방울'에서 생 콤의 매력은 '발리섬의 무희들을 연상케 하는 관능미'로 표현된다.

세 번째는 오늘 테이스팅 대상 중 유일한 이탈리아 와인인 팔레오. 강성미 과장은 "이탈리아산인데도 왠지 프랑스산 같은 향과 맛"이라며 "하지만 굴곡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경학 소믈리에는 "요즘 이탈리아 와인 중에는 포도 품종부터 '프랑스식'을 지향하는 것들이 적지 않다"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의식한 변화"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은 샤토 몽 페라. 김정하 대리는 "만화에선 이 와인을 록그룹 퀸의 명곡 '보헤미안 랩소디'에 비유했더라"며 "그 정도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아하면서 열정적인 매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네 종류의 와인을 맛본 '마피아' 회원들의 얼굴이 발그레 달아올랐다. 김범수 차장은 "흔히들 비싼 와인이 최고인 줄 아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며 "좋은 사람들끼리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마시는 와인은 모두 명품"이라고 말했다. '신의 물방울'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바로 그것이 아닐까.

글=이나리 기자 <windy@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 테이스팅한 와인들
…범례 ①가격 ②종류 ③빈티지(생산 연도) ④지역 ⑤품종 ⑥어울리는 음식

루이 자도 샤블리 Louis Jadot Chablis

①5만6000원 ②화이트 ③1999 ④부르고뉴 ⑤샤르도네 100% ⑥닭고기, 구운 오리, 아시안 요리

▶금빛을 띈 노란색. 꽃 향기, 과일 향, 개암 열매향이 오크 숙성에서 온 바닐라, 나무향과 어우러져 있다. 포도의 싱싱함과 레몬의 상큼함이 느껴지는 힘 있는 화이트 와인.

샤토 생 콤 지공다스 Chateau Saint Cosme Gigondas

①6만7000원 ②레드 ③2002 ④부르고뉴 ⑤그레나시 75%, 시라 25% ⑥스테이크, 바비큐

▶짙은 루비빛과 보라색이 어우러진 와인. 우아하면서 한편으로는 강렬하다. 구운 오크향과 감초향이 숨어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숨어 있는 특성들이 살아나 맛이 좋아진다. 2002년 빈티지는 농축된 느낌이 강하다.

샤토 몽 페라 Chateau Mont-perat

①7만원 ②레드 ③2004 ④보르도 ⑤멜롯 70%, 카베르네 소비뇽 30% ⑥바비큐, 로스트 비프, 치즈, 커리

▶거의 검은색으로 보일 정도로 짙은 색. 풍성하고도 복합적인 향. 마른자두향, 우아한 오크, 커피향이 느껴진다. 강력한 타닌, 뛰어난 길이감과 집중도가 돋보이는 와인. "가격 대비 만족도 최고"라는 평판을 듣기도 한다.

르 마키올 팔레오 Le Macchiole Paleo

①14만원 ②레드 ③2000 ④볼게리-토스카나(이탈리아) ⑤카베르네 소비뇽 85%, 카베르네 프랑 15% ⑥양고기, 스테이크, 로스트 비프

▶산딸기, 민트, 커피향 등이 복합적으로 느껴지는 이탈리아 와인. 허브의 상쾌함과 적당한 타닌이 부담없고 여성적이다. 풍부한 향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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