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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덕에 호황누리던 미 군수산업 내리막길 (특파원코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재정적자 누적 국방예산 삭감/감원회오리… 「군산복합체」붕괴/일사에 매각설까지
정경유착의 대표적 유형으로서 「군산복합체」라는 비난조의 호칭까지 붙여진 미국 군수산업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고 있다.
16일 미 최대 군수업체 맥도널 더글러스사는 전체 고용원의 13%에 해당하는 1만7천명을 금년말까지 해고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미 군수업체의 위축은 맥도널 더글러스에만 국한된게 아니다. 지난 수년간 6천명을 감원한 그루먼사는 연말까지 7천4백명을 더 줄일 예정이고 노스롭사와 록히드사도 각각 5천명을 감축했거나 줄일 방침이다.
2차대전이 끝난 후에도 냉전덕분에 정부를 상대로 집요한 군비확장 캠페인을 벌일 수 있었던 미 군수업체는 누적되는 연방정부의 재정적자와 소련의 위협감소로 인한 대폭적 국방예산 삭감추세를 막을 수가 없게된 것이다.
맥도널 더글러스사의 경우 보잉사에 다음가는 민간항공 여객기 제조업체일뿐 아니라 F15 전투기나 최근 한국이 대량 구입키로 합의한 F18 신예전폭기등을 미군에 납품하는 굴지의 군수업체이지만 당면한 위기는 간단한게 아니다.
지난 주말까지 나돌던 소문에 비하면 이번 해고 계획은 그래도 경미한 편이다. 파산신고를 낼것이라는 설에서부터 존 맥도널 회장의 사임 또는 일본 미쓰비시사에 수익성이 나쁜 더글러스항공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얘기에 이르기까지 훨씬 심각한 상황으로 부각됐었다.
이 회사는 감원계획으로 일단 금년안에 7억달러의 경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은 어둡다.
저축ㆍ대부조합 도산에 대한 구제예산까지 감안하면 내년도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2천3백1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부시행정부는 예고하고 있다.
세출을 대폭 줄이고 증세까지 감행해서라도 세입을 늘려야 할 판이다. 세출 삭감을 위해 의회가 중점적으로 칼을 들이대고 있는데가 펜터건예산이고 펜터건조차도 앞으로 10년안에 미군병력 2백10만명을 절반으로 줄일 각오가 돼있다. 의회는 우선 내년 한해만도 14만명의 병력삭감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같은 국방예산삭감은 곧 군수업체의 축소를 의미한다. 군수업체가 한창 좋았던 시절인 54년 미국방예산은 GNP의 13%에까지 이르렀었다. 이같은 군비확장바람을 타고 맥도널 더글러스사는 물론 제너럴 모터스ㆍ웨스팅하우스ㆍRCA등이 세계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이들의 영향력과 이해관계는 정부군사부문과 불가분의 밀착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군출신 대통령 아이젠하워가 「군산복합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개탄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던 군수산업의 영화를 회고할 때 현상황은 매우 대조적이다.
이같은 군수업체들의 위축은 경제적 충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 경제는 재정적자ㆍ주택경기하락ㆍ자동차판매부진등 군수산업사양이외에도 이미 다른 불황요인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던 터다. 금융업의 붕괴와 부동산경기의 한파로 소비자들은 빈곤감과 위기감을 느끼고 있고 실제 소비가 냉각기미를 보이고 있다.
유에스에이투데이지가 최근 밝힌 전문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43%가 앞으로 2년내 불황이 올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경제를 위해 한가지 다행인 것은 그나마 수출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89년말이래 미 GNP가 연율로 따져 1∼2%씩 증가하고 있는 데 이는 수출증가가 주요인이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수출확대와 아울러 이자율 하락추세때문에 불황우려는 기우라고 일축한다.
그래도 국방부문의 축소추세는 명백하다. 이미 미군은 신병규모를 20% 축소하고 50개 대학의 ROTC를 폐지하고 장교ㆍ하사관의 조기퇴역을 종용하고 있다.
미 군수산업의 어두운 장래는 지금이 시작인 느낌이다.<워싱턴=한남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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