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더듬, 최고 치료는 '자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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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앞에서 책 읽는 순간이 가장 힘들었다', '결혼하려고 했던 남자친구와 결혼을 포기했다', '모르는 사람과 전화 할 때 너무 힘들다'.

말더듬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흔하게 나오는 얘기들이다.

이같이 '말더듬'을 겪는 사람들은 주로 대인기피를 호소하며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이어져 말더듬이 지속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즉 말더듬을 인지하는 순간 더욱 말더듬이 심해진다는 것.

◇ 말더듬 원인은?

말더듬의 원인은 학자들마다 그 견해가 다르다. 아직까지 뚜렷한 원인조차 증명되지 않고 있다.

다만 심리적.환경적 요인으로 생기거나 혹은 기질적 원인 등으로 짐작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환자들은 언어치료에 많이 의존해왔다. 현재 국내 성인말더듬을 치료할 수 있는 곳은 종합병원의 언어치료실, 개인 언어 치료센터, 한방병원, 사설언어교육학원 (스피치 훈련 학원)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유전적 요인과 뇌기능 장애가 원인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2년 독일에서는 뇌의 좌반구의 한 부위의 조직 구조가 말더듬 환자와 정상인간에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즉 말더듬 환자는 언어의 기획과 발음을 관장하는 조직을 서로 연결하는 섬유로에 결함이 존재했다는 것.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한의학적 접근도 시도되고 있다.

세명대 한의대 민병일 겸임교수는 "말더듬은 선천적으로 좌측뇌의 기를 약하게 받고 태어난 아이가 언어 습득과정인 3 ̄4때부터 좌측내의 기능적 장애를 일으키거나, 8살 내외의 중요한 좌뇌기의 변화 시기에 외부적 환경이나 내부적 심리적 갈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흐름이 방해 받아 발생한다"고 전한다.

우리나라 말더듬 인구는 아직 정확한 통계가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를 비춰볼 때 국민의 0.5 ̄1% 정도로 예상한다. 이는 증세가 심해서 크게 드러나는 경우와 일상에서 큰 불편이 없는 경미한 경우를 합한 것이다.

◇ 최고의 치료는 역시 '자신감'

실제 말더듬는 사람들은 겪어보지 않고는 그 고통을 이해할 수 없다고 표현한다. 즉 살아가기 힘들만큼 많은 좌절을 겪는다는 것. 그래서 말수가 적어지고 말을 할 기회를 아예 차단하는 등의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말더듬이였다는 서울에 사는 박모씨(25.대학생)는 "사람들은 평범하게 말하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르고 산다"며 "앞으로 졸업 후 취업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원인이나 최선의 치료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학자마다 견해가 다르고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는 것은 무엇보다 '자신감'이다.

실제 유명인들 중에도 말더듬 증세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 전 미국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도 어릴적 말더듬으로 고생한 전력이 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5.31 지방선거 때 부산시장후보로 출마한 오거돈 전해양수산부장관이 말더듬이로 유명한 인사다. 그는 성악을 부름으로서 말더듬을 극복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안하는 말더듬의 극복을 위한 대표적 지침들은 다음과 같다.

△말더듬을 숨기지 말고 상대에게 떳떳하게 공개할 것 △처음부터 힘을 주어 말하지 않고 천천히 할 것 △말할 때 될 수 있는 한 상대방의 눈을 쳐다볼 것 △친구를 많이 만들 것 등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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