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할리우드에 ☆을 띄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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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이병헌씨 보러 고베(神戶)에서 왔어요. 출연작 모두 본 팬인데." 부산영화제 개막 직후 한류스타 이병헌의 신작 '그해 여름'의 소개 행사장 앞에서 만난 일본 중년여성의 말이다. 이 영화는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일본에 400만 달러의 높은 금액에 팔렸다. 하지만 이후로 한국 영화의 고가 수출은 감감무소식. 아시아 중심의 한류가 한풀 꺾인 것이다. 국내 영화계로서는 할리우드를 포함한 새로운 시장 개척이 절실해진 상태다. 부산영화제가 올해 처음 마련한 아시안필름마켓(18일 폐막) 역시 이 같은 노력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 할리우드 두드리는 한국 배우들=이번 마켓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배우 시장이 함께 열린 것이 특징이다. 황정민.장진영.아오이 유(일본).궈샤오둥(중국) 등 아시아 각국 인기배우나 하정우.최여진.찰리 트라이엇(태국) 등 신인 배우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각각 진행됐다. iHQ.나무엑터스 등 매지니먼트사도 상담 부스를 차려 해외 관계자들과 미팅을 했다. 이번 마켓의 중심은 일단 아시아권의 교류지만 매니지먼트사들은 어학 교육, 현지 지사 설립 등 할리우드를 겨냥해 이미 움직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의 영화잡지 버라이어티는 부산영화제 특집호에서 한국 배우의 할리우드 진출 가능성을 전했다.

버라이어티는 전지현에 대해 "최근 영화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여전히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라며 "소속사가 차기작으로 할리우드 영화를 추진 중"이라고, 이병헌은 "한.일 양국에서의 흥행 성적을 보면 할리우드에 캐스팅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각각 보도했다.

◆ 한국계 통해 할리우드 교두보=제작사들도 할리우드를 향해 움직이는 중이다. 수백억원대 대작인 '줄리아 프로젝트' '크리스마스 카고' 같은 합작 영화보다는 한국계 감독.배우를 기용한 소규모 프로젝트가 발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최근 CJ엔터테인먼트가 미국 LA에서 촬영을 끝낸 '웨스트 32번가'가 한 예. 지난해 선댄스.부산영화제에서 호평받은 한국계 감독 마이클 강이 메가폰을 잡았고, 주연배우 존 조('해롤드와 쿠마')도 한국계다.

나우필름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김진아 감독의 '네버 포에버'를 공동제작 중이다. 미국 배우 베라 파미가('디파티드')와 국내에서 연기파로 급부상한 하정우가 주연이다. 매니지먼트사 iHQ는 이번 마켓에 온 한국계 배우 윌 윤 리('007어나더데이')와 칼 윤을 영입했다. iHQ 임영정 팀장은 "아시아 영화, 공동제작 영화에 출연하도록 하는 한편 우리로서는 할리우드의 매니지먼트 시스템에 대한 노하우와 경험을 쌓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언어 장벽 넘고 네트워크 쌓아야=하지만 아시아의 한류 열풍과 달리 할리우드 진출에는 섣부른 낙관이 금물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국계 배우 성 강('패스트&퓨리어스-도쿄 드리프트')은 "시장이 달라지면 스타도 달라진다"면서 "아시아인에게는 대개 악역을 맡기려는 할리우드의 편견도 깊다"고 지적했다. 언어 장벽도 문제다.

K&엔터테인먼트의 신양중 부사장은 "잠재력 있는 신인들에게 외국어 교육부터 시킨다"며 "캐나다 교포 출신인 최여진 같은 경우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안정숙 위원장은 "미국과 지속적인 합작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매니지먼트사들도 일단 '안면 트기'에 성과를 두고 있다.

iHQ 관계자는 "그동안 외국에서 우리 배우에 관심이 있어도 어디 소속인지, 누구와 접촉해야 하는지 기본 정보도 몰라 헤매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번 행사에 온 사람들에게 이를 제대로 알린 것만도 괜찮은 성과"라고 말했다.

부산=주정완, 이후남 기자

*** 바로잡습니다

10월 19일자 17면 '한류, 할리우드에 ☆을 띄워라' 기사에서 한국계 배우 윌 윤 리와 칼 윤은 형제가 아니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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