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 마다 지휘자선임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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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국내음악계의 최대 취약부문인 지휘자 문제가 최근의 대구 시향 파동, 서울 시향의 차기지휘자 선임문제 등으로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전 시향은 지난 86년이래 현재까지 상임지휘자를 새로 뽑지 못하고 객원 지휘자들로 명맥을 잇고 있으며, KBS 교향악단 역시 상임지휘자가 공석이다.
그밖에 춘천·마산·제주·강릉 등 대부분의 시립교향악단들도 예산 및 인력부족 때문에 차마 「프로」라고 부르기 어려운 연주활동을 펴고 있다.
◇대구 시향=단원들과 지휘자 강수일씨 사이의 해묵은 불화가 지난6월의 대구문화회관 개관기념 오페라『토스카』공연을 계기로 노골화되자 지난3일 대구시내 4개 대학 음대 생들이 시향 해체를 요구하며 집단시위에 나섰다.
『토스카』공연의 오케스트라 반주에 시향 소속 80여명중 대부분이 연주 료 등에 불만, 연주를 거부하고 10여명만이 참가했으며 나머지 인원은 음대 생들로 보충해 공연을 마쳤다.
대학생들은「연주거부 웬 말이냐, 대구 시향 해체하라」고 외치며「본받을 것 없는 선배들의 자중 지난」을 성토했다.
긴급 소집된 시향 관계자 회의에서 지휘자 강씨는 13일까지 수습책을 제시하겠다고 밝혔으나 17일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표명도 하지 않고 있어 그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
◇서 울시향=19년째 상임지휘를 맡고 있는 정재동씨가 올해 말까지는 반드시 퇴진하겠다고 지난88년부터 거듭 밝혀 왔으나 잔여임기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현재까지 누구에게 지휘봉을 넘겨줄지 종잡을 수 없는 상태다.
오래 전부터 정씨의 중앙대 교수직 경임과 「장기집권」이 문제시되어 온 데다 그의 건강도 좋지 않은 상대여서 이번에는 반드시 물러날 것으로 내다보는 관계자들은『매우 이상적인 후임자가 그 자리를 물려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으나 아직 후보자는 미지수다.
◇대전 시향=지방유지들과 단원들의 생각이 엇갈려 지난5년 동안 상임지휘자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올 가을께나 새 지휘자를 맞을 수 있으리라는 예상이다.
◇기타=창단 한지 5∼6년이 지난 대부분의 지방 시향들은 연간예산이 서울 시향의 10%안팎에 머무르는 재정난 속에 단원은 중·고교 음악교사나 음대 생들로 구성돼 있고, 지휘자 역시 전문교육을 받은 경우는 광주 시향의 금노상씨 등 극소수뿐이다.
음악평론가 탁계석씨는『소련출신의 유능한 지휘자 고렌슈타인을 새로 맞은 부산 시향이나 의욕적인 임헌정씨와 호흡이 맞아 활기에 넘쳐 있는 부천 시향의 눈부신 발전을 보면 그 해결방안이 전혀 없지도 않다』고 말한다.
일본의 경우 이미 1950년대에 지휘과를 설치해 오자와 세이치 등 상당수의 명 지휘자를 길러 내는 한편, 그 공백기를 빼어난 외국인 지휘자들로 메우는 과정에서 NHK교향악단도 볼프강 자발리시를 맞아들여 어엿한 교향악단의 면모와 명성을 갖췄었다.
음악평론가 이상만씨는 이제라도 음대에 지휘 과를 설치하고 지휘자 지망생들이 본격적인 지휘수업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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