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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치명타… 「UR<우루과이라운드>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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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이 타결되면 쌀ㆍ보리의 2중곡가제가 폐지되고 백화점에는 수입농산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것을 보게될지도 모른다. 국내 금융ㆍ보험ㆍ증권시장은 미국ㆍECㆍ일본 등 우세한 자본과 선진경영기법을 바탕으로한 외국기업들에 의해 완전 장악될지도 모른다. 우리생활에 이처럼 심각한 영향을 끼칠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이 이제 막바지에 다달아 각국이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요 분야별 협상전망과 우리의 대응책을 알아본다.<경제부>
◎연말 타결… 각 분야에 미칠 영향과 전망/2중곡가 폐지에 보조도 못할판/서비스ㆍ금융ㆍ보험ㆍ증권 선진국 손에/해저터널등 고도기술분야 독점예상
○금융
서비스협상중에서도 금융분야는 선진국들이 가장 큰 관심을 쏟는 분야다.
금융산업에 관한 미국과 서구등 선진국은 어느 분야보다도 우월한 경쟁력을 갖고 있고 따라서 은행ㆍ증권ㆍ보험등 모든 금융산업의 개방 및 자유화를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이같은 선진국의 지위는 거꾸로 말해 개도국금융산업의 절대적인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선진국들이 모든 금융산업의 개방ㆍ자유화를 내세우는데 반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개도국들은 금융산업이 갖고 있는 취약성,공공성,국가경제정책에 통화신용정책이 갖는 중요성등을 들어 점진적인 자유화와 개도국에 대한 「보다 많은 예외」의 인정을 요구,아직껏 구체적 진전은 없는 상태다.
우리나라의 경우 86년이후 국제수지 흑자전환으로 여건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은 만성적인 자금초과수요상태에 있고 금리자유화나 외환ㆍ자본거래의 자유화가 완전치못해 선진국의 요구를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대외지향적인 경제개방전략이 지속되는한 금융산업개방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 정부의 기본적 판단이어서 국내금융산업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단계적으로 개방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섬유
지난 74년 맺어진 다자간섬유협상(MFA)에 의한 각종 섬유수입규제를 풀어 자유무역체제로 복귀하되 어떤방법으로 할 것인가가 과제로 되어있다.
수출개도국들은 현행 섬유협정이 끝나는 91년7월이후 단계적으로 규제요소를 제거,6년이내에 자율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섬유수입국인 미ㆍEC등 선진국들은 보다 강경해 특히 미국은 현행협정이 끝난뒤에도 총량쿼타제도를 10년간 유지한후,그뒤에 가서야 자율화를 하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섬유도 일반상품과 마찬가지로 무역이 자유화돼야 한다는 점에서 개도국들과 원칙적으로 의견을 같이하기는 하나 다소 입장이 묘하다.
즉 우리는 지난 70년부터 섬유수출에 주력해온 결과 선진국에서 다량의 쿼타를 확보해 놓고 있으며 최근에는 쿼타소진(89년 미국 92.9%,EC 60.4%)을 다못해 쿼타가 남아돌고 있다.
따라서 걱정은 선진국들이 신흥섬유수출국들을 무마하기 위해 한국ㆍ홍콩ㆍ대만 등의 쿼타를 축소,이들에게 넘기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농산물
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협상은 거의 미국이 의도하는대로 흘러가고 있다.
모든 농산물교역을 자유화하고 이를 가로막는 각종 무역장벽을 없애겠다는 미국은 지난 9일 선진7개국(G7)회담에서 EC정상들을 상대로 강력한 설득작전을 폈다.
그결과 제네바에서 열린 우루과이라운드 제23차 농산물그룹협상회의에서는 농산물교역자유화,국내보조금감축,개도국에 대한 특별대우등 미국의 주장을 전폭 수용한 드류의장의 합의초안이 만들어졌는데 25∼26일 열릴 무역협상위원회에서 약간의 수정작업을 거친뒤 채택될 전망이다.
이 안이 채택될 경우 ▲쌀ㆍ보리2중가격제,영농자금지원,양념류수매비축제,수입자유화보완대책등 기존농업 지원정책의 축소가 불가피하고 ▲농어촌발전종합대책을 축소ㆍ조정해야하며 ▲현재수입이 거의 없는 품목도 일정량을 수입해야하는등 농산물생산기반이 크게 흔들릴 우려가 있다.
또 국내에서 농산물생산에 지급하는 각종 보조금과 품목별 국내의 가격차실태,수입자유화 일정등을 10월1일까지 우루과이라운드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농민을 비롯,국내의 여론은 농산물수입에 반대하는 분위기만 팽배할 뿐이어서 효율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건설
직접 공사를 하는 시공분야와 설계 및 감리를 주종으로 하는 기술용역분야(건설엔지니어링)로 대별할 수 있다.
이중 도로ㆍ교량ㆍ건축물 등의 일반토목공사는 국내업체들이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개방해도 크게 문제시되지 않을 것으로 정부와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시공분야라 해도 고속전철ㆍ해저터널 등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분야와 설계등 엔지니어링파트는 국내의 기술수준이 현저히 떨어져 미일등 선진국업체들의 시장독점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토목공사부터 먼저 개방하고 그동안 업계의 경쟁력을 높여 엔지니어링분야는 90년대 하반기에나 개방하는 것을 목표로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건설개방과 관련해 건설인력문제는 현지에서 구할수 없을 경우 자국에서 데려온다는 쪽으로 미등 선진국이 양보할 뜻을 비추고 있어 일단 우리측에 유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진국시장에 국내기능공을 투입할 경우 가격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대응
우루과이라운드의 협상타결시한이 반년이 채 남지않았음에도 불구,국내업계는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경제단체와 무역업체들이 나름대로의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정보수집차원에서 협상 진전과정에 대한 동향파악의 수준에 그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우루과이라운드가 국내산업과 대외무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조사ㆍ분석작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루과이라운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데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수출부진과 미국의 통상압력등 「발등의 불」을 끄기에도 급급한 실정이기 때문.
정부도 그동안 충분한 홍보나 계도활동을 통해 기업들의 관심을 유도하지 못해오기도 했다.
◎“발등의 불”… 「UR」 대응책/“강건너 불보듯 할때 아니다”/「경보」불구 인식차이로 부처간 이견/경쟁력 강화등 국익차원 대책 시급
UR(우루과이라운드) 비상경보가 내렸다. 강건너 불보듯 하던 UR협상이 올해 연말로 다가섰다. 우선 정부는 이달중에 우리나라 서비스부문을 언제 어떻게 개방해야 할지 그 일정을 UR협상테이블(제네바)에 제출해야만 한다. 또 농업부문에서는 농민의 주수입원인 쌀의 2중곡가제폐지는 물론 수입개방까지 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으로 UR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올 연말까지로 예정된 UR협상이 타결되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충격파는 실로 엄청나다.
그러나 UR협상실무자가 느끼는만큼 정치권이나 업계,일반국민에게는 사태의 심각함이 잘 알려져있지 않다. 또 정부안에서조차 UR에 대한 인식도나 대처방안에 큰 차이가 있다.
UR협상은 이제 우리가 원하든,원하지 않든 어떤 형태로든 진전돼 연말까지는 타결될 것이다.
국제협상은 힘이 원칙이다. 우리가 UR협상에 참여한다고 최선을 얻는다는 보장도 없으나 불참할 경우 불이익을 당할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은 비슷한 처지의 개발도상국과 UR협상테이블에서 힘을 합쳐 대처하는 한편 UR협상타결이 국내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30년대 대공항의 큰 원인이었던 보호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유무역과 교역질서 창출이라는 목표아래 GATT(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체제가 지난 48년 출범했다. 2차대전후 미국중심의 세계교역질서를 40여년간 이끌어온 GATT체제는 최근 일본경제의 급부상,유럽통합,신흥개도국의 발전으로 크게 흔들려 왔다.
막대한 무역적자에 허덕이던 미국은 급기야 86년 우루과이의 푼다델에스테에서 GATT의 여덟번째 교역협상을 제창하게 됐다.
즉 미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농산물과 서비스의 교역자유화를 통해 국제수지개선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연말 타결을 목표로 UR협상이 시작된 것이다. UR협상은 무역협상위원회(TNC)산하에 상품협상그룹(GNG)과 서비스협상그룹(GNS)을 둔 광범위한 협상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상품협상그룹은 다시 ▲시장개방분야(관세ㆍ비관세ㆍ천연자원ㆍ섬유ㆍ농산물ㆍ열대산품) ▲GATT규율분야(GATT조문ㆍ다자간무역코드협상ㆍ긴급수입제한ㆍ보조금 및 상계관세ㆍ분쟁해결ㆍGATT기능강화) ▲신분야(지적소유권ㆍ투자)등 14개 협상그룹으로 나뉘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서비스ㆍ지적소유권ㆍ투자등은 개도국의 저항속에 선진국 중심으로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
농산물분야는 미국ㆍ호주 등 수출국과 ECㆍ일본 등 수입국간에 대립이 심각하다. 또 상품수출국들은 선진국이 남용하고 있는 긴급수입제한이나 과도한 덤핑규제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각국의 입장에 따라 분야별로 협조와 대립속에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 협상이 실패하면 세계무역환경이 악화돼 각국이 돌이킬 수 없는 폐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UR협상을 타결시킬 전망이다. 또 개방경제체제인 우리나라도 개편되는 새로운 세계무역질서에 참여치 않을 수 없게 된다.
금융부문도 개방되면 외국금융기관에 대한 대우가 내국인과 같아져 급속도로 시장잠식이 우려된다. 그러나 개방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돼 있는게 현실이다. 기타 통신ㆍ운수부문도 취약하긴 마찬가지다. 이밖에 석유메이저가 정유소를 설치하겠다고 나서는 등 유통ㆍ항공ㆍ관광등 서비스업의 개방은 구멍가게 수준의 업계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이처럼 UR협상타결은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한데도 관련업계는 개방에 부정적 태도만 보일뿐 이를 업계의 경쟁력강화를 위한 계기로 보는 인식이 부족하다. 오로지 정부의 강력한 지원책만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도 UR타결에 대비한 농업ㆍ서비스등 국내산업구조조정의 청사진도 마련하지 못한채 허둥대고 있다. 개방수위를 국익차원에서 조정하고 업종별 비교우위를 따져 대처해야하는데 부처간에 이견다툼만 벌이고 있는 상태다.<이석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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