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연 "한나라 공식 후원금 50억 남아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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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50억원 이상의 여유 자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SK 비자금 1백억원을 받았으며 이 돈은 별도 장부를 통해 따로 관리했다는 주장이 한나라당 후원회장에 의해 제기됐다.

한나라당 중앙당 후원회장인 나오연(羅午淵)의원은 26일 본지 기자와 만나 "대선 당시 자금이 모자라 SK 등 기업에 비자금을 요구했다는 관계자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羅의원은 "50억원의 여유자금은 당 공식 후원금 중 일부"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선자금 집행에 아무런 법적 문제점이 없는 50여억원의 여유자금을 놔둔 채 한나라당 지도부가 1백여개 기업체를 중진들에게 할당까지 하며 비자금을 요구한 배경에 대한 한나라당 내부와 정치권의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羅의원은 한나라당이 여유 자금을 갖고 있었던 이유에 대해 "대선을 얼마 앞둘 때까지 이회창 후보의 인기가 높고 당선 가능성도 커 보여 자진해서 돈을 갖다주는 게 적지 않았고 그래서 당 재정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말해 당 중진들이 나서 별도의 비자금을 기업에 요구했던 배경에 의문을 표시했다.

羅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김영일(金榮馹)전 사무총장이 이날 "다급한 재정사정 때문에 SK자금이 떳떳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도 우선 돈이 없어 쓰고 보자고 생각해 그대로 돌려보내지 않았다"며 SK 돈을 당에서 관리했다고 밝힌 내용과 배치된다.

羅의원은 잔여 후원금의 용처에 대해 "남은 후원금 50억원은 올해로 이월됐으며 현재까지도 후원금 계좌에 잔액으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나라당은 지난해 후원금과는 별도로 총 5백31억원의 국고보조를 받았다.

남정호.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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