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수능 가채점 사실상 무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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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교 2년생이 치르는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는 수능 다음날 발표하는 표본채점(가채점) 결과가 사실상 무의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수험생들은 한달 뒤께 성적 통지를 받을 때까지 자신의 성적 위치를 가늠하기 어려워 혼란이 예상된다.

표본채점이란 수능 당일 4만여명의 수험생 답안지를 가채점해 다음날 영역별로 평균 성적을 발표하는 것으로, 수험생들의 성적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주고 조기 진학지도를 돕기 위해 도입됐다.

또 최대 4개 과목까지 선택할 수 있는 사회.과학탐구영역 시험에서는 성적이 필요없는 과목도 일단 응시 신청을 한 뒤 다른 과목 시험 시간으로 활용해도 막을 방법이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시험관리상의 허점 때문에 수험생 간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는 뜻이다.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내년 3월 발표할 예정인 2005학년도 수능 세부시행 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찾아냈다. 그러나 아직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고심 중이다.

◇표본채점 무의미=교육당국은 원점수를 폐지하고 표준점수(상대적인 위치를 나타내는 점수)만 사용하는 2005학년도 입시 이후에는 표본채점을 현행처럼 원점수 기준으로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표준점수제가 전면 도입되는 상황에서 원점수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표본채점을 하더라도 표준점수로 성적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표본집단(4만여명)의 표준점수로 전체 수험생 집단(67만여명)의 표준점수를 예측하는 것은 정확성이 크게 떨어져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입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분석 대상 집단 수가 달라지면서 표준점수를 산출할 때 사용하는 표준편차에서 오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디딤돌 넷스쿨 오종운 교육평가부장은 "표본집단과 전체집단의 성적 평균 오차가 2점 이내, 표준편차 오차가 1점 이내 범위에 있다고 가정해도 예측되는 표준점수의 오차 범위는 5점이 넘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시험시간 형평성 위배=2005학년도 수능에서는 선택과목이 ▶사회탐구 11개▶과학탐구 8개▶직업탐구 17개나 된다. 수험생은 선택한 영역에서 4개 과목(직업탐구는 3개)까지 골라 시험을 보되 해당 영역 전과목의 시험지.답안지를 받게 된다. 선택과목이 너무 많아 과목별로 수험생들의 고사장 배치를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은 대신 선택과목 수에 따라 과목당 30분씩의 시험시간을 부여받는다. 4과목 응시자는 1백20분, 3과목 응시자는 90분 동안 시험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수험생이 실제로는 2~3과목 성적이 필요한데 4과목을 응시하는 경우다. 이 수험생이 1백20분의 시험시간을 부여받아 한 과목은 형식적으로 치르고 남는 시간을 나머지 3과목만의 시험을 보는 데 할애해도 현재로서는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로 3과목 성적이 필요해 3과목에만 응시한 수험생과 형평에 어긋나는 것이다.

◇대안은 없나=현재 사회.과학탐구영역 등의 시험을 이틀이나 사흘에 나눠 실시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선택과목별로 시험을 치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입시 틀을 크게 흔들어야 하는 데다 고사장 확보 등 문제가 많아 곤란하다는 내부 주장도 만만찮아 실행 여부는 미지수다.

교육부 관계자는 "문제점을 잘 알고 있으며 내년 3월 2005학년도 수능 세부 시행계획 발표 때까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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