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한반도회의 참석 정종욱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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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북한 군비통제엔 의견일치”/북측 동구변화ㆍ통독에 민감
『세계적인 화해물결 속에서 유독 초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남북한이 처음으로 군축문제를 놓고 만났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크다. 서로 의견차는 컸지만 쌍방 모두 군비통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느끼고 있음을 확인했다.』
지난 5일부터 미 스탠퍼드대에서 남ㆍ북한과 미국등 3개국 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남북 군축회의에 참가했던 정종욱교수(서울대)는 13일 이번 회의가 명목상은 학술회의였으나 남북 쌍방이 모두 자신들의 정부입장을 들고 나왔기 때문에 「준공식성격」을 띠고 있었으며 따라서 서로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1문1답 요지.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의의는.
『분단후 첫 군축회의라는 의미 외에도 변화하는 세계정세속에서 남북 모두가 군비통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데 뜻이 깊다.』
­우리측의 군축방안에 새로운 것이 있었나.
『우리 안은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기초로 하여 통일의 중간단계인 남북연합이 성사될 수 있도록 군사적 긴장해소에 중점을 두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1단계 정치적 신뢰구축 ▲2단계 군사적 신뢰구축 ▲3단계 군비감축 ▲4단계 통일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북한의 제안내용은 무엇이었나.
『요약하면 군축의 단계를 4단계로 나누어 ▲1단계 군사적 신뢰구축 ▲2단계 무력감축 ▲3단계 외국군대 철수 ▲4단계 사후보장을 기본틀로 하고 있다. 우리와 다른 부분은 정치적 신뢰구축을 언급하지 않고 외국군대 철수를 하나의 단계로 설정한 점이다.』
­북한제안이 과거와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주한미군 철수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지 않고 한국을 군축논의의 당사자로 인정했으며 먼저 신뢰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 과거보다 진전된 부분이다.』
­남북 안의 차이점은.
『우리가 광의의 군비통제에 역점을 둔 반면 북은 군축에 더 중요성을 두고 있다. 또 우리 안은 군사력정보공개와 병력이동및 훈련규제등을 모두 중시하고 있지만 북한은 정보공개에는 소극적이고 훈련및 병력배치규제에 관심을 더 쏟고 있다.
때문에 이들의 제안은 실질적인 군축보다 팀스피리트훈련 규제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갖게했다.』
­회의중 고함까지 오갔다는데.
『동구에서의 변화를 우리측 한승주교수가 언급하자 북이 민감해졌다. 특히 독일의 통일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보였다. 사회주의의 동독이 서독에 흡수 합병된 상황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남북통일에는 이같은 방식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앞으로 군축회의의 전망은.
『동서화해라는 세계적인 정세변화와 함께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설정된 미군철수에 따른 정세변화,그리고 북의 내부적 필요성등이 전망을 밝게 해준다.
그러나 북이 대남 혁명노선을 바꾸지 않는 한 쉽게 돌파구가 열리지 않을 것이다.』
­적극적 군축을 위한 우리의 대응자세는.
『북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고 우리만이라도 먼저 과감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 팀스피리트훈련을 축소한다거나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주한미군의 감축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방안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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