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였던 갈등 산과 바다에 묻고…|노사 화합 행사 "풍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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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노와 사가 함께 산으로, 바다로, 해외로-. 상반기 노사간 단체 협상 및 임금 교섭이 마무리됨에 따라 협상 과정에서의 갈등을 씻고 일체감을 다지기 위한 각종 화합 행사가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노사가 함께 유람선을 타고 동남아 해외 연수 여행을 떠나는가 하면 호젓한 숲속이나 바닷가의 수련장에 캠프를 치고 어깨를 걸며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머리띠를 두르고 투쟁 구호를 외쳐대던 근로자들의 얼굴이 펴지고 좀처럼 거리감을 좁힐 수 없었던 관리 직원들도 내 직장 사람임을 실감한다.
그래서 노사 협조와 공동 발전을 다짐한다.
금성·대우 등 대 그룹 기업과 중소기업 등 70여개 회사 노사 대표 3백 여명은 5일 1만t급 일본 유람선을 전세 내 부산항을 출발, 대만∼홍콩∼오키나와∼후쿠오카를 13일 동안 다녀오는「노사 합동 동남아 순항 연수」에 나섰다.
한국 경영자 총 연맹 주최로 올해 처음 실시되는 이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은 노조가 결성돼 있고 임금 협상이 타결된 업체의 노사 대표.
이들은 방문지에 들러 관광과 함께 신 일본제철·닛산 자동차·대만 TDK 전자·홍콩 무역관 등을 둘러보고 선상에서는 특강·분임 토론·레크리에이션 등으로 일과를 보낸다.
특강은「한국 경제의 현실과 전망」「조직 활성화, 어떻게 할 것인가」「일본의 노사관계」등 6개 강좌. 1인당 1백80만원인 비용은 물론 회사측이 부담했다.
또 지난 6일 40여개업체 노사 대표 2백70명은 8천t급 유람선 편으로 일본 나고야·도쿄·오사카 등지를 다녀오는「한마음의 배」를 탔다. 한국산업개발연구원이「방일양상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주관하는 이 행사는 지난해 2월 시작 돼 이번이 여덟 번째로 매회「전진 화합의 배」「발상의 배」등 노사 화합을 지향하는 명칭을 붙이고 있으며 레크리에이션·특강·산업 시찰·관광 등으로 프로그램을 짜놓고 있다.
비용은 1인당 1백20만원.
이 밖에도 한국 능률 협회와 한국 공업 표준 협회가 주관하는 중국·일본 등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매월 1백 여명의 노사가 참가하는 등 해외 관광붐을 탄 노사 해외 연수가 늘고있다.
지난달 21일부터 6일 동안 회사 간부·노조원 등 9명과 함께 일본을 다녀온 부산 동국제강 노조 문화 체육부장 박응재씨(27)는『선진국의 산업 현장과 근로자들의 위상, 노사 관계를 직접 확인하는 좋은 기회였다』며『회사측이 연차적으로 전사원에게 해외 연수를 시킬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 (주)광성고무롤 임직원 1백50여명은 다음달 3, 4일 이틀 동안 강원도 홍천 팔봉산으로 노사 합동 캠핑을 간다.
가족까지 참가해 노사 합동 휴가의 성격도 띤 이 캠핑은 가족 단위로 텐트에서 하룻밤을 자며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초청, 다채로운 오락 행사로 꾸며진다.
회사측은 노사 일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사장까지 대절 버스를 이용할 계획.
이 같은 형태의 노사 합동 수련 대회나 캠핑은 해외 연수가 많은 비용 부담 때문에 노조간부 등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실시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는데 반해 전 종업원이 참여 할 수 있고 특히 생산성 향상을 함께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휴가철을 맞아 중소 기업체들이 특히 많이 실시하고 있다.
서울에만도 70개가 넘는 레크리에이션 기획·지도 대행업체들은 최근 이 같은 노사 단합대회를 월 평균 5∼6건씩 맡고 있다.
꼭 노사 화합 행사라고 할 수는 없지만 휴가철을 맞아 사실상 노사 합동 캠프의 성격을 띤 하계 휴양소를 설치하는 업체도 많다.
호남 정유는 오는 27일부터 8월14일까지 속초 척산 온천장을 직원 숙소로 빌러 근로자들이 휴가 기간 중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주변 삼포 해수욕장과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 같은 노사 화합 행사 붐에 대해 노동부 고흥소 노사 협의 과장은『점차 안정·발전 돼 가는 노사 관계를 입증하는 현상』이라며『앞으로 사업주들을 적극 독려해 화합 행사를 더욱 늘려 나가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이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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