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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긴 음식 씹으면 '삐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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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쌈을 한입에 넣으려고 입을 크게 벌리다 다물어지지 않거나, 음식을 씹을 때 '딱딱' 소리가 나는 것을 경험한 사람이 많다. 이는 턱관절이 앞쪽으로 빠졌다 들어갔다 하기 때문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이새롬(26·여·서울시 송파구 방이동)씨는 7년전 대학 입시를 며칠 앞두고 초조한 마음에 이를 자주 악물었다. 이씨는 "수능시험 당일 하품을 하는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 무척 당황했다"며 "얼굴이 기형이 되는 게 아닐까 걱정한 탓에 시험도 제대로 못 봤다"고 털어놨다. 잘못된 습관이 3년간 준비한 대학 입학 시험에 영향을 준 것이다.

◇턱관절 질환의 원인
원인은 사랑니가 누워 있는 경우, 한쪽으로만 음식을 씹거나 껌을 자주 씹는 등 잘못된 습관, 과도한 스트레스 등 다양하다. 이 중 선천적으로 치열이 고르지 못해 아래·윗 이빨이 잘 맞물리지 않는 부정교합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 하루 세 끼 식사와 간식 등 수시로 음식을 먹게 되는데, 이때 자연스럽게 아래턱이 움직여야한다. 음식을 씹을 때는 씹는 쪽 송곳니가 먼저 닿고나서 어금니가 균일하게 닿아야 하며 이때 음식물이 없는 반대쪽의 어금니는 닿지 않는 상태가 돼야 한다. 그 후 음식물을 힘주어 씹으면 치아는 수직으로 힘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치아가 고르지 못한 경우 음식을 잘게 부수기 위해 아래턱이 수직 방향이 아니라 좌우로 심하게 움직이면서 턱관절 부위에 무리를 주게 된다.

덴토피아치과 최대훈 원장은 "사람마다 치열 상태와 형태 등 타고난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턱뼈와 관절조직·저작근(음식을 씹을 때 움직이는 근육)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도로와 같다"며 "도로의 폭은 좁은데 술을 마시고 차가 흔들흔들 가다 보면 도로와 차 모두 망가지게 된다"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턱관절 질환은 이런 문제가 누적돼 생기는 증상이다. 또한 불량 보철물을 사용했거나 어금니를 뺀 이후 적절한 치료 없이 그대로 놔둘 때도 턱관절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턱관절 질환은 10~20대 여성들과 중.고생 등 감수성이 예민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계층에서 주로 나타난다. 최 원장은 "스트레스가 증상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를 꽉 깨물거나 낮시간에도 무의식적으로 이를 갈게 된다. 잠을 잘 때 습관적으로"뽀드득, 뽀드득"하고 이를 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 경우 턱 근육이 심하게 긴장하거나 좌우로 크게 움직이면서 관절에 무리를 주고 손상을 입힌다. 이를 갈 때는 정상적으로 음식을 씹을 때보다 최고 10배의 힘이 집중된다. 정월대보름 부럼을 깨물거나 오징어처럼 질기고 딱딱한 음식을 씹을 때나 턱을 한 손으로 받치고 책을 보는 것은 턱관절 질환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턱관절 증상과 치료
턱관절 환자들은 통증이 심하거나 입이 벌어지지 않을 만큼 상태가 악화한 후에야 병원을 찾는다. 일상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 원장은 "턱 관절의 통증이나 장애는 단순한 증상일 뿐 그 자체가 질환은 아니다"며 "원인을 파악하기보다 아프고 불편한 증상에만 집착하면 치료시기를 놓치게 된다"고 경고했다. 턱관절 질환의 초기 증상은 입을 벌리거나 다물 때 귀 앞에서 딸깍 소리가 나는 것이다. 소리는 가끔 나기도 하지만 매번 나기도 한다. 이때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치아 교정·보철 등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완치할 수 있다.

2기에 접어들면 관절이 앞쪽으로 빠져 나와 있어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입이 잘 벌어지지 않는다. 이 시기의 환자들은 치료를 받아도 증상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운 상태가 많다. 선천적 원인이 아니라면 잘못된 습관을 고치거나 증상 완화를 위해 인위적으로 아래와 윗니를 벌려 놓는 장치(splint)를 사용해 치료한다.

3기가 되면 달걀 껍데기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밥을 먹을 때 숟가락을 넣을 수 없을 정도로 입이 벌어지지 않기도 한다. 아직 뼈에는 변화가 없지만 턱관절에 영양을 공급해 주는 조직이나 디스크(뼈와 뼈 사이에서 충격을 완화해 주는 조직) 자체에 구멍이 뚫려 있는 상태다. 쉽게 회복되기 어려운 단계다. 최 원장은 "상태가 나빠져 수술을 하더라도 디스크나 디스크 후방조직에 뚫린 구멍을 꿰매는 정도일 뿐"이라며 "수술은 해결책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4기는 퇴행성 관절염으로 변화하는 시기다. 턱 관절을 수용하는 부분의 뼈들이 상당히 많이 닳아 없어져 하품할 때 턱이 쉽게 빠진다. 뼈의 변화가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시기이므로 수술을 한다 해도 잃어버린 기능은 회복되기 어렵다.

턱관절 주변에는 신경과 혈관·림프선 등 많은 조직이 밀집해 있다. 따라서 턱관절 질환으로 인해 우울증·편두통·소화불량·만성피로가 생길 수 있다. 성장기 청소년의 경우 성장장애로도 이어질 수 있다. 최 원장은 "작은 불씨가 온 산을 다 태울 수 있다"며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할 것"을 당부했다. 무심코 넘길 수 있는 작은 증상일지라도 방치하지 말고 조기 예방과 치료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덴토피아치과 최대훈 원장 02-599-2847, www.dentopia.net

◇최재훈 원장 약력
-현 덴토피아치과 원장
-현 대한치과 정보통신협회 재무이사
-현 일본 악교합학회 인정의
-현 S.K.C.D. 정회원

◇턱 관절 질환 예방 수칙
1. 턱을 괴고 책을 보거나 TV를 시청하지 않는다.
2. 껌을 오래도록 씹지 않는다.
3. 질기거나 딱딱한 음식은 피한다.
4. 음식을 한쪽으로만 씹지 않는다.
5.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다.
6. 잠을 잘 때 이를 꽉 깨물지 않도록 주의한다.
7. 옆으로 잘 때는 양쪽으로 골고루 잔다.
8. 앉을 때 다리를 꼬지 않는다.
9. 하품을 너무 크게 하지 않는다.
10. 하루 중 입을 꼭 다물고 있는 시간을 5분 이내로 줄인다

◇ 턱 관절 증상 완화 운동
1. 아프더라도 최대한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아래턱을 움직인다.
2. 턱을 한쪽을 끌어당긴 상태에서 가능한 입을 크게 벌린다.
3.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턱을 천천히 움직이고 입을 크게 벌린다.
4. 잠시 후 입을 다문다.
5. 이 동작을 한번에 10회 반복한다.

프리미엄 라일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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