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부처서 따로 노는 “행정”(수도물 마셔도 되나: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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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전인수”발표ㆍ책임회피 일쑤/일관성없는 관리… 시민만 골탕
「어느 쪽 분석결과를 믿어야 하고,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수도물은 마셔도 되는지.」
한쪽에선 일부 지역 수도물에서 발암성 물질 트리할로메탄(THM)이 기준치(0.1PPM)의 2∼5배나 검출됐다고 주장하지만 한쪽에서는 다시 검사해 봐도 모두 기준치 이하였다고 발표,정면으로 반박한다(시비는 감사원이 6일 국회에서 보사부측 검사결과를 인정함으로써 일단락됐지만).
이같은 시비가 계속되고 있던동안 수도물에 대한 공포ㆍ불신ㆍ불안ㆍ불쾌감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은 결국 콩을 팥이라고 설사 거짓말을 해도 시민 누구나 믿고 따를 수 있는 신뢰성 있는 국가 연구ㆍ검사기관이 없기 때문이었다. 「빗방울에서 가정의 수도꼭지」에 이르기까지 일반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수도물 생산과 공급과정의 업무가 4개 부처별로 나뉘어 있고 서로 손발이 맞지 않아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관리체계는 이에 앞선 원죄다.
지난해 8월 수도물 파동때도 건설부는 수도물이 각종 세균과 중금속에 오염돼 국민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발표했으나 보사부는 이를 부인하는 검사결과를 내놓았다.
수도물 관리를 위한 수질검사 업무를 맡고 있는 보사부가 지금껏 수도물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두해에 걸친 수도물 파동 이전,대학등 사회 여러 연구기관들이 문제제기를 했을 때도 보사부의 검사결과는 「이상 없다」였다.
이같은 「전과」때문에 보사부의 이번 재검사 결과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파동을 불러 온 원죄인 물관리체제는 어떤가.
현행 수도법에는 상수원 주변 오염방지와 오염실태 관리업무는 환경처가,정수장의 설치ㆍ운영 및 급배수 관리업무는 각 시ㆍ도가,상수도의 위생기준 설정과 식수로서의 적합성 판정은 보사부가,상수원 보호구역 지정과 상수도 공급시설 인가는 건설부가 각각 나눠 맡고 있다.
이런 행정의 난맥상은 같은 수도물에 대한 오염측정치를 기관마다 다르게 발표하는가 하면 오염의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기에 급급해 수도물이 문제가 될 때마다 국민들의 불안과 혼란을 더욱 부채질해 왔다.
현재 우리나라 수자원 총량은 지하수를 포함해 1천1백40억t으로 이중 4% 남짓한 45억t이 생활용수로 이용돼 수도꼭지로 흘러나온다.
일단 빗방울이 땅에 떨어져 하천으로 유입되면 건설부 관할이 된다.
그러나 홍수시 댐 조절등 물의 흐름과 수량조절은 건설부의 전담이지만 수질은 다시 환경처의 소관사항이다.
물이 흘러가지만 적정한 양의 물을 확보하려는 건설부와 적정한 수질을 유지하려는 환경처와의 마찰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물이 상류쪽 도시를 거치면서 오염물질이 섞여 들고 생활하수를 흘려보내는 주택,산업폐수를 배출하는 공장이나 축산농장의 설립은 또 그 지역 시ㆍ도에서 맡게돼 환경처와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팔당댐의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 오염원 구성비율을 보면 생활하수가 61%,축산폐수 18%,공장폐수 10%로 생활하수가 물을 더럽히는 주범으로 꼽힌다.
그러나 하수처리시설은 절대 부족해 하수처리장이 가동되고 있는 도시는 서울ㆍ부산등의 17개에 불과하고 전체하수량의 겨우 28%만 정화과정을 거쳐 하천으로 흘러들고 있다.
영국의 하수처리비율 97%,서독의 92%,미국의 72%와는 비교도 안된다.
환경전문가들은 『축산폐수에는 다량의 유기물질이 들어 있어 물의 부영양화를 초래해 BOD를 급격히 높이고,산업폐수는 고농도 중금속 오염을 불러 일으킬 위험이 있지만 하수처리시설은 제자리걸음인 가운데 오염물질 배출량은 3년마다 거의 2배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오염을 거쳐 수도물을 끌어들이는 취수원의 수질오염도는 심각한 지경에 이른다.
일단 취수장에 흘러들어온 물부터 수도꼭지까지는 각 시ㆍ도 지방자치단체에서 관장한다.
마지막으로 가정에서 받는 수도물이 과연 식용수 수질에 적당한가의 검사는 보사부 소관사항.
이처럼 빗방울이 수도꼭지의 물로 나오기까지는 각 과정마다 4개의 서로 다른 주무부처를 거치지만 어디든 한 곳에서의 오염은 결국 최종소비자인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심각한 문제로 나타나게 된다.
이에 대해 정용 연세대환경공해 연구소장은 『미국의 경우 관련부처간의 상설합동기구인 Water Authority를 연방차원에서 구성해 이 기구에 수도물에 관한 전권을 주고,일본도 각 지역별로 초관료기구인 물관리위원회를 만들어 일관되게 수질관리를 하고 있다』며 『우리도 상설합동기구를 만들어 효율적인 수질관리 체계를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가 수질검사기관으로 하여금 독립성을 갖도록해 신뢰성을 회복토록 하는 일 또한 급한 문제다.<이철호기자>
□오염물질 배출증가 추세
구 분 85년 88년
생활하수량(하루) 681만t 1,122만t
산업폐수량(하루) 311만t 578만t
돼지사육수 295만마리 428만마리
1년농약ㆍ비료 19,054t 22,910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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