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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슨 윔블던 결승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월드컵축구에 이어 테니스의 전통적 백색코트에도「검은 돌풍」이 세차게 몰아치고 있다. 흑인선수 지나 개리슨(26·미국)이 세계최고권위90년도 윔블던테니스선수권대회에서「새 여왕」 모니카 셀레스(16·유고)를 꺾은데 이어 이틀만인 5일 여자단식 준결승에서 세계랭킹1위 슈데피 그라프(21·서독)를 6-3, 3-1, 6-4로 누르고 대망의 결승에 진출, 노장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33·미국)와 패권을 다투게됐다.
나브라틸로바는 아르헨티나의 가브리엘라 사바티니를 6-3, 6-4로 격파, 이 대회 아홉 번째 타이틀을 노리게 됐다. 윔블던 대회에서 흑인이 결승에 오른 것은 지난75년 아더애시(남자단식우승) 이래 25년 만이며 개리슨이 우승하면 57, 58년 여자단식을 2연패한 앨셔 기브슨이래 미국 흑인여성선수로는 32년만의 경사다.

<프로생활 9년의26세>
세계랭킹5위인 개리슨은 프로경력9년째인 베테랑이지만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매스컴의 각광을 받지 못해 테니스 팬들과 친숙치 못하다.
개리슨은88% 서울올림픽에서 팜 슈라이버와 조를 이뤄 복식금메달에 이어 단식 동메달을 차지하는 등 각종 대회 때마다 항상 다크호스로 활약해 왔다.
흑인으로는 처음 지난81년 전미 오픈과 윔블던대회 주니어단식을 제패하면서 두각을 나타낸 개리슨은 82년 프로에 데뷔, 초반엔 성적을 올리지 못하다 87년 호주 오픈혼합복식에서 우승하면서 각광받기 시작한 대기만성형의 선수다.
휴스턴 태생인 개리슨(63년11월16일생) 은 가정의료보조원인 어머니 메리와 우편배달부인 아버지 유리시스 사이의 7남매 중 막내로 이름도「마지막 아이」라는 말에서 알파벳 끝 글자인「Z」자를 따 지나로 불려졌다. 어머니는 처음 그녀를 임신했을 때 위종양이라고 판단, 고민을 많이 했으나 결국 병원에서 진단결과임신 판정을 받았다는 에피소드를 갖고있다.

<불우했던 어린 생활>
이에 따라 개리슨이 자라자 4명의 언니들은「종양아」란 닉네임을 붙여주기도 했다. 특히 개리슨은 어릴 때부터 초능력을 보여 집을 떠나있을 때 집에서 벌어지는 일을 맞춘다거나 조카가 탄생되기 전에 미리 성별을 맞히는 등 기이하게「예언소녀」로 불리기도 했다.
개리슨은 11개월 때 아버지를 뇌졸중으로 잃고 몇 달 후에는 프로야구 밀워키 브레이브스의 마이너리그에서 포수로 활약하던 21세의 오빠 빌리가 볼에 왼쪽 눈을 맞아 결국 선수생활을 마감하면서 집안이 기울어 어려운 생활을 해야했다.
빌리는 2년 후 이 사고가 뇌종양으로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
이같이 어릴 때 어렵고 불우한 생활로 개리슨은 내성적인 소녀가 된다. 10세 때 유일한 오빠가 된로드니를 따라 테니스코트로 구경간 것이 계기가 돼 개리슨은 라켓을 잡았다. 테니스로 성공하겠다는 집념 위에 정진을 거듭, 18세 때인 82년 프로에 뛰어들었고 바로 그해에 일약 세계정상 16위까지 치솟았다.

<결혼 후 플레이 안정>
그러나 이듬해 전미오픈대회에 출전한 개리슨은 경기도중「어머니에 대한 이상한 예감」속에 난조, 도중 탈락했는데 기이하게도 얼마 후 어머니는 지병인 당뇨병으로 세상을 하직, 이때의 충격으로 그녀는 2년여 동안 슬럼프를 헤어나지 못했다. 85년부터 다시 컨디션이 좋아져 세계랭킹5위에까지 뛰어올랐으나 코치 윌커슨과의 갈등, 복식콤비 맥네일과의 결별 등으로 다시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88년 전미오픈대회를 계기로 윌리스 토머스를 새 코치로 맞이하면서 그녀의 천부적인 재능은 다시 빛을 발휘하게 됐다. 지난해 9월에는 휴스턴에서 위험물 쓰레기 처리희사에 근무하는 동갑내기 윌러드 잭슨을 만나 결혼에 골인하면서 그녀의 플레이는 더욱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흑인 특유의 유연성과 민첩성, 그리고 스피드가 뛰어난 개리슨은 포핸드 드라이브가 일품이며 네트플레이도 화려하나 백핸드스트로크가 약한 점이 흠이다.
개리슨은 테니스 외에 집 없는 운동선수에게 거처를 마련하는 기금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칼루이스도 지원을 자청하고 나서는 등 사회각처에서 반응이 크게 일고있다.
한편 나브라릴로바는 이제까지 개리슨에게 88년 전미오픈대회 8강 전에서 한번 졌을 뿐 27승1패로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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