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세대(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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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의 젊은이들은 요즘 「무관심 세대」라는 말을 듣고 있다. 영어로는 「인디퍼런트 제너레이션」이라고 한다. 뉴욕타임스지의 표현을 빌리면 『세상 일을 덜 알고,덜 관심을 가지며,덜 투표하고,기성세대나 제도에 대해 덜 비판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일찍이 전후의 「잃어버린 세대」를 지나 재즈와 섹스,스피드 아니면 선에 심취한 비트 제너레이션의 모습을 보여 주었던 미국의 젊은이들이다. 그러나 그 지루한 베트남 전쟁을 겪으며 젊은 세대들은 히피족으로 변신해 머리를 치렁치렁 늘어뜨리고,옷은 되는대로 입고,인간과 자연의 직접적인 만남을 표방하며 반사회적인 행동을 일삼았었다. 오늘의 미국 젊은이들은 다시 변모해 「무관심 세대」가 되었다.
특히 18세에서 25세 사이의 젊은이들은 투표에 무관심하다. 나이 많은 사람들의 투표율이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현상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들은 10대의 때묻지 않은 시절에 워터게이트 사건을 보며 정치환멸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정치인은 거짓말쟁이라는 의식이 뇌리속에 깊이 각인된 것이다.
그런 자세는 바로 「뉴스 무관심」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뉴욕타임스지는 이런 얘기를 소개했다. 요즘 오하이오주에선 홍수가 나서 사람들이 떠내려가고,죽고,집이 무너지는 소동을 겪었다. 그러나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전혀 남의 일처럼 무관심하고,그런 뉴스를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 『홍수가 우리집 대문을 두드리지 않는데 내가 알 바 아니다』는 식이었다.
오늘의 미국 젊은이들이 관심을 갖는 일이 있다. 직업을 구하는 일,AIDS에 걸리지 말았으면 하는 일,그러면서도 마약에 대한 관심은 높다. 미국의 신문들은 그런 형상을 두고 『시민의식의 위기』라고 했다.
결국 모든 원인은 정치불신에서 비롯되었다. 투표는 해서 무엇하나 하는 시각으로 세상만사를 바라보려고 한다. 앞을 내다보지 않는 정치인들은 혹 좋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시받지 않는 정치의 해악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정치부패가 그 대표적인 예다.
젊은이들의 무관심현상은 바로 그 사회의 가장 발랄한 에너지가 죽어있다는 얘기도 된다. 우리의 정치는 오늘 우리 젊은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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