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첫 시즌 평균 60대 타수' 신인 신지애 신기록 세우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만화 주인공 캔디 같은 꿋꿋한 소녀 신지애(19.하이마트)가 한국 여자 프로 골프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렵게 자란 것도 부족해 3년 전에는 자신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어머니마저 교통사고로 여읜 신지애.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기량을 갈고 닦아 프로 입문 첫해인 올해 국내 최고 골퍼로 성장했다. 현재 시즌 상금 1위(2억6000만원.세금 포함)에 올라 있다.

하이마트 골프단의 최원석 과장은 "항상 긍정적이고 열심이고 예의 바르고 귀여워 캔디 같다"고 말한다. 그런 신지애가 마치 만화처럼 한국 골프 사상 처음으로 꿈의 60대 타수에 도전하고 있다.

신지애는 올 시즌 평균 69.50타를 기록하고 있다. 13일 경기도 여주의 솔모로 골프장에서 개막한 메리츠금융 클래식 1라운드에서 1언더파 70타를 쳤다. 브리티시 오픈이 열리는 영국의 링크스 골프장의 벙커보다 훨씬 더 고약한 벙커들이 입을 벌리고 있는 난코스에서 비교적 좋은 스코어다. 3언더파 선두 김소희에 2타 차 공동 3위.

신지애는 "소극적으로 경기했다. 내일부터 공격할 때는 공격을 하면서 스코어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이 추세로 나간다면 신지애는 한국 여자 골프 사상 최초로 60대 타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1996년 최저타상을 수상한 박세리의 기록은 70.79타, 98년 이 상을 탄 김미현의 기록은 71.75타에 불과했다.

코스가 어려워지고 경쟁이 심해지는 골프에서 신지애의 기록은 놀랍다. 그는 "상금왕이나 여자 프로 골프 대상 같은 것은 나중에 또 할 수 있지만 신인으로서 60대 타수를 기록하는 것은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이기 때문에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확한 아이언샷이 안정된 스코어를 낸 비결이라고 한다.

자신이 불우이웃인 신지애는 올 시즌 프로로 전향한 뒤 벌써 4000만원가량을 불우이웃돕기에 썼다. 신지애는 "나도 어렵게 컸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보다 소득이 높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성금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