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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력 막강·초정밀 … 핵 막는 핵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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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1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핵 무장이 현실화되면 한국은 핵에 대해 '비무장 상태'가 된다. 1991년 9월 조지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은 해외 미군에 배치됐던 전술핵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남북한은 12월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채택했다. 이후 미국은 한반도와 주변에 배치됐던 전술핵무기를 모두 철수시켰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은 이런 비핵화 상황을 단숨에 바꿔놓았다. 한국의 핵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미군의 전술핵무기가 재배치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군 당국자들은 "미군은 전 세계에서 최첨단의 전술핵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라고 입을 모은다.

전략핵무기는 핵 공격에 대한 보복 또는 선제공격 용도로 쓰인다. 대양.대륙을 건너 날아가 상대의 도시와 핵심 군사.산업 시설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드는 궤멸적인 타격을 준다. 반면 전술핵무기는 상대방의 전력을 국지적.제한적으로 파괴한다. 전략핵이 국가 기반을 무력화시킨다면, 전술핵은 전쟁의 국면을 뒤바꾸기 위해 동원된다.

그러나 한반도는 상대적으로 면적이 작은데다 인구.시설 밀집도가 빽빽해 ▶고열▶폭풍▶전자파(EMP)▶방사능 등의 피해를 한꺼번에 안겨주는 전술핵 역시 전략핵과 다름없는 초대형 피해를 초래한다.

미군의 전술핵무기는 공중.지상.해상에서 자유자재로 쏠 수 있다. 함정.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은 재래식 탄두나 핵탄두를 모두 장착할 수 있다. 바다 위를 낮게 떠서 날아가기 때문에 적의 레이더 탐지에도 쉽게 걸리지 않는다. 지형대조항법(TERCOM)을 적용하기 때문에 미사일 내부의 컴퓨터에 발사지부터 표적물까지의 지형이 입력돼 있다. 발사 후 스스로 항로를 찾아 표적물을 때린다.

토마호크 미사일에는 200kt급의 핵탄두가 장착된다. 200kt급 핵탄두는 1945년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됐던 22kt급 핵폭탄과 비교하면 파괴력이 열 배 가까이 된다. 미군의 핵무기 운용 대응 교본에 최대치로 기술돼 있는 100kt급 핵탄두 미사일의 경우 반경 1.8㎞ 이내에 있는 인명 절반이 즉사한다. 반경 4㎞에 있던 인명의 20%는 공격을 받은 지 6개월 이내에 사망한다. 200kt급이면 중소도시 하나 정도는 폐허로 만들 수 있는 가공할 파괴력을 갖고 있다.

폭격기가 공중에서 쏘는 핵 미사일도 미군의 주요 전술핵무기 중 하나다. SRAM(AGM-69 단거리 공중발사 미사일)은 사거리 200㎞이며, 주로 170kt급 핵탄두가 장착된다. B-52G 폭격기에 이 미사일을 실으면 최대 20기까지 장착할 수 있다. ALCM(AGM-86 공중발사 크루즈미사일)도 폭격기에서 쏜다. 순항 미사일로 개발된 이 전술핵무기는 200kt급까지의 핵탄두를 장착하고 최대 2500㎞까지 날아간다. 오차 범위는 반경 30m밖에 안 된다. 그야말로 면도날 같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미군은 155㎜ 야포 등으로 핵 포탄을 쏘는 전술핵도 갖고 있다. 수십㎞ 거리의 소형 표적이나 밀집 병력을 무력화시킬 때 쓰인다. 미군의 핵무기 운용 대응 교본에 따르면 1kt급의 핵 포탄이 떨어질 경우 반경 500m 내의 인명 중 절반이 즉사한다. 반경 300m 이내의 차량 절반이 완파되고, 반경 100m 이내의 탱크 절반이 파괴된다.

미군은 핵탄두를 장착한 지대지 순항 미사일인 BGM-109G 그리폰을 91년까지 유럽에 배치했었다. 이 미사일은 10~50kt의 핵탄두 미사일을 이동식 차량 발사대에 실어 최대 2500㎞ 떨어진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

한반도 위기상황 시 미군은 이처럼 다양한 전술핵무기를 동원할 수 있다. 한반도 인근 해역에 함정.잠수함을 배치하거나 주일미군 기지 등에서 폭격기를 출격시켜 전술핵무기를 쏠 능력을 갖고 있다. 전쟁 임박 시엔 지상 전술핵도 배치할 수 있다.

그러나 전술핵을 쓰면 한반도 자연환경과 민족의 미래에 파괴적인 재앙을 가져온다. 그래서 군사 전문가들은 "네가 쓰면 나도 쓸 수 있다는 핵 억제력 차원으로만 전술핵이 존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채병건 기자

◆ 전술핵무기=크기가 작아 쉽게 옮길 수 있고 좁은 지역의 한정적인 목표를 타격하기 위해 쓰인다. 발사 수단도 대포.미사일.전투기까지 다양하다. 미국과 러시아에선 200kt(1kt는 TNT 1000t의 폭발력)급 이하를 가리킨다.

◆ 전략핵무기=크고 무겁고 타격 범위도 국가 기반 시설을 붕괴시킬 만큼 광범위하다. 주로 미사일에 탑재돼 발사된다. 미국과 러시아에선 폭발 규모 1000kt급 이상이다. 한국은 국토가 좁아 10~20kt급도 전략핵무기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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