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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을 주민 한꺼번에 몰사/이란의 대지진 참사 현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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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교통ㆍ통신마비… 구조활동도 “캄캄”/수력발전소 무너져 인근지역 모두 수몰/부상자 치료위해 국민에 긴급헌혈 호소
【테헤란 외신 종합=연합】 「알라신의 시련」이 이란 전역을 엄습했다.
21일 발생한 이란의 지진은 엄청난 인명피해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이나라의 통신ㆍ교통시설을 거의 마비시켜 정확한 피해상황 파악은 물론 구조활동조차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세계각지로부터 구호의 손길이 답지하고는 있으나 정상을 되찾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진이 발생하자 이란정부는 비상각료회의를 소집한 뒤 IRNA통신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이란의 모든 정부기관은 「전면적인 비상태세」에 돌입했으며 생존자들에 대한 공중구조를 명령했다고 말했다.
○…희생자들은 몇t씩이나 되는 자갈과 파괴된 건물속에 파묻혀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구조요원들이 사고현장으로 몰려가고 있으나 지진으로 인한 도로파괴와 악천후로 현장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IRNA통신은 사고현장으로 통하는 주요도로가 지진으로 대부분이 파괴돼 육로를 통해 현장에 접근할 수 없어 도로가 복구되길 기다리고 있으며 악천후로 공중수송도 용이하지 않은 상태라고 보도.
중상자들은 대부분 현장치료가 불가능해 테헤란으로 이송되고 있다.
○테헤란도 대피소동
○…지진은 수도 테헤란에까지 파급,TV에서 월드컵축구경기를 보고 있던 시민들은 겁먹은 얼굴로 거리고 몰려나와 테헤란시 곳곳의 광장엔 인파로 가득차는등 대피소동을 빚었다.
빌딩과 가옥의 창문이 산산조각났으며 검정색 차도르 차림의 여인들은 여진이 발생할 것에 대비,광장에 텐트를 치고 아예 노숙준비를 하기도 했는데 시민들은 큰 건물피해나 희생자는 아직 없었다고 전했다.
○“이번 지진 신의 시련”
○…이란의 정신적지도자 하메네이는 이번 지진은 「신의 시련」이라고 지적하고 전국의 회교성직자들에게 긴급 인명구조와 복구작업에 나설 것을 호소하는 한편 긴급구호자금으로 10억달러를 책정했다고 발표.
각 병원은 부상자치료를 위해 국민들에게 긴급 헌혈을 호소하고 있는데 이란적십자사는 텐트 2천개,담요 8천장,쌀 10t 등 구호품을 수송기와 헬기로 현지에 급송.
○…이번 지진으로 폐허화된 이란 서북지역은 이 나라의 가장 비옥한 토지를 비롯,부유한 마을,경치가 수려한 산들도 이루어져 있다.
카스피해로부터 알보르즈산맥 사이에 펼쳐져 있는 협소한 평원인 이곳은 논으로 돼 있으며 알보르즈산맥의 경관좋은 마을들은 이란 최대의 삼림지대로 둘러싸여 있다.
또 길란주의 농부들은 담배를 경작할 뿐만 아니라 남쪽으로 잔얀주까지 뻗어있는 고원지대에서는 이란이 생산하고 있는 다작물 거의 대부분을 재배하는등 비옥한 지역이다.
○…카스피해 내륙 1백30㎞ 지점인 젠잔지방의 아보르ㆍ부인 지역에서는 전가옥이 파괴되고 전주민이 몰살하는등 최악의 피해를 보았으며,내륙 70㎞ 지점에 위치한 타롬지방의 히르지구도 마을 전체가 파괴돼 5백여명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근의 만질ㆍ루샨ㆍ루드바 등에서는 전건물의 70%가 파손되고,테헤란 서북부 2백40㎞ 지점에 있는 인구 30만명의 항구도시에서는 무너진 건물더미에서 3백구의 시체가 한꺼번에 발견돼 이날 지진의 참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 지진의 충격으로 라시트남쪽의 한 수력발전소가 파괴돼 인근지역이 수몰되는 참변을 당했다.
○미ㆍ이라크도 위로 전문
○…이란이 강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자 그동안 이란과 냉랭한 관계이던 미국 및 이라크 등이 각각 메시지를 보내와 이란국민을 위로.
피츠워터 미백악관 대변인은 이란의 지진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 미국은 라프산자니 대통령이 요청할 경우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발표.
또 과거의 적이었던 이라크의 후세인 대통령도 이날 라프산자니 이란대통령에게 「충심어린 애도」를 담은 전문을 보냈다고 바그다드측이 소개.
한편 유엔을 비롯한 미국ㆍ일본ㆍ프랑스ㆍ스위스ㆍEC 등도 이란의 구조작업에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
□세계 주요 대지진 약사
일 시 지 역 사망자수
1556년 중국 산서성 83만명
1920년 중국 강소성 18만명
1923년 일본 관동대지진 14만명
1968년 이란 쿠루산 1만2천명
70년 3월 터키 게리즈시 1만1천명
70년 5월 페루 윤게이 7만명
76년 2월 과테말라 2만3천명
76년 7월 중국 당산시 24만명
76년 8월 필리핀 민다나오 8천명
78년 9월 이란 타바스 2만5천명
85년 9월 멕시코 멕시코시티 1만명
88년12월 아르메니아공 2만5천명
89년10월 샌프란시스코 70명
90년 5월 페루 모요밤바 2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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